컬러링북과 퍼즐조각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단시간에 후다닥 끝내버리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동안 들여다보면서 한조각씩 눈에 띌때마다 맞춰가는 재미가 있는 퍼즐처럼 컬러링북은 항상 가까운 곳에 두면서 어울리는 색이 떠오를 때, 아니면
무심코 오늘은 이 색으로 저곳을 채워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그렇게 조금씩 색을 입혀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 컬러링북을 받았을 때는 뭔가 숙제를 받은 학생처럼 비어있는 공간을 색으로 채워넣기
바빴고 그러다보니 작업처럼 느껴지는 컬러링북은 더이상 즐거운 책도, 아름다운 책도 되지 않아버렸다. 그런 당위감을 슬며시 내려놓게 된 것이 바로
이 책 80일간의 컬러풀 세계일주를 통해서였다.

솔직히 이 책은 무척 아름다운 그림이 담겨있다,라는 느낌은 아니다. '세계일주'라는 주제때문에
좀 더 다양하고 화려한 건물을 예상했는데 몇몇 그림은 너무 단순화된 형상이어서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기 때문인지 색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않고 정말 '안티스트레스'에 걸맞게 맘 편히 아무색이나 마구 칠해보는 실험적 컬러링을 하고 있다.
그에 대한 가장 어울리는 그림은 이집트를 상징하는 상형문자처럼 보이는 이 그림들이 있는
페이지인데 색의 강약을 조금씩 조절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린아이처럼 손에 잡히는 색연필을 집어들고 색을 입히고만 있다. 퇴근 후 날마다 조금씩
칠을 하다보면 정말 잡생각이 사라지고 생각이 단순해진다. 그러다가 좀 더 이쁘게 칠해보고 싶어지면 다른 페이지를 펼쳐놓고 한두개씩 색을
입히다보면 어느새 집중하고 있는 나를 보게된다.
그러고보니 퍼즐과 컬러링북의 가장 큰 차이는 머리속으로만 밑그림을 그려보는 퍼즐과는 달리
컬러링북은 직접 색을 입히는 동작이 들어간다는 것이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치매예방에 좋다며 컬러링북을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컬러링북을 처음 접했을 때는 공간을 다 칠하려고 애를 썼고 색칠도 힘을 주어 진하게 넣으려고
했었는데 자꾸 하다보니 굳이 공간을 다 색으로 채워넣지 않아도 나름의 재미가 있고 단순하고 커다란 그림은 선을 따라 색을 넣는 것만으로도 달라
보이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의 무딘 색채감때문에 컬러링북이 오히려 스트레스북이 될 뻔했지만 보름이 넘는 시간동안, 연휴도 지내면서
슬쩍슬쩍 색칠을 하다보니 정말 안티스트레스가 되는 책임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