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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꽃을 저녁에 줍다
루쉰 지음, 이욱연 엮고 옮김 / 예문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아침꽃을 저녁에 줍다'라는 책 제목은 이게 뭔가...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한다.
'루쉰 산문집'이라 되어 있어 또 '루쉰'은 누구야? 하는 생각.
도대체 내가 이 책을 읽기 전에 알고 있었던 게 뭔가.
나는 이 책을 엉뚱하게도 아침에 읽고 저녁에 되새기기를 하듯이 읽기 시작했다. 아침꽃을 저녁에 줍는다는 것은 정신이 맑은 때 루쉰의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머리속에 집어넣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 시간에 그 뜻을 깊게 하라는 뜻이려니..하며 우연히 그리 읽게 된 것에 의미 부여를 해가면서 말이다.
처음 글을 읽어나갈 때, 뭔가 좀 불편했다. 분명 이 사람은... 그래, 1920년대. 맞구나. 또다시 책을 읽다가 이건 대체.. 그래, 1920년대. 나는 '세월을 넘어 되살아난 루쉰의 지성'이라는 광고를 허위광고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래서 내 맘이 좀 불편한거였나?
아니,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을거야.
루쉰은 지독하게 느껴질만큼 '현실'을 바라보게 한다. 그 지독한 현실 안에 '절망'과 '희망'이 담겨 있다. 그래서 결국 다시 '길은 영원히 있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지독한 현실의 직시는 절망이 아니라, 절망을 넘어서 희망을 만들어내는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 라고 의지를 세우게 한다.
수많은 죽음 앞에서, 어쩔 수 없는 절망 앞에서 꺽이는 것이 아니라, 그러기에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덮으며 '우리의 현실이 미래의 세계를 이룬다'라는 말을 떠올렸다.
나는 어설픈 이상향만을 갖고 어설픈 실천력으로 이상적인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더 마음이 불편했던거였나보다..
길이란 무엇이던가? 원래 길이 없던 곳을 밟고 지나감으로써 생기는 것이 아니던가. 가시덤불을 개척함이 아니던가.
길은 옛날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있다.(p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