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이 되고 싶어서 일진 형들의 셔틀이 된 셔틀 소년의 이야기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아니, 생각해보면 이 청춘기담에 묶인 다른 이야기들이 더 비현실적인 느낌이 더 강한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시작된 셔틀이 어떻게 엄마 셔틀로까지 이어지게 되는지... 깊은 고민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기 위한 이야기처럼 느껴진 나는 별다른 생각없이 책을 덮었다. 그날,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 보게 된 드라마 '학교 2013'의 일진 정호의 모습에서 뜬금없이 셔틀 소년 이야기의 진실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게 무엇인지 설명하기는 참 어렵다. 그냥 갑자기 그런 느낌이 들어버렸다.

행간에 생략된 그 과정들을 읽어내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글자들만 읽고서는 책을 다 읽었다,라고 생각했던 내가 조금 많이 부끄러웠다.

셔틀 소년 현기는 스마트폰 셔틀을 하기 위해 동네 꼬마의 스마트폰을 훔치려다 붙잡혀 경찰서에 가게 되고 그로 인해 아빠에게도 도둑질을 들키게 된다. 평소 아이는 때리면서 키워야 제대로 큰다는 생각을 가진 아빠에게 얼마나 크게 혼날지 걱정인 현기에게 아빠는 뜻밖에도 바로 스마트폰을 사준다. 비록 중고폰이기는 하지만 스마트폰을 갖게 된 현기는 자신이 갖고싶다는 생각과 상납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갈등을 하게 되는데 고민은 어이없게 풀려버리고 만다. 현기의 아빠가 현기의 폰을 통해 산69파형들을 찾아가 혼내고 현기와의 관계를 끊어놔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현기는 별관심은 없지만 어쩔수없이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평범한 아이가 되어간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중심 줄거리는 그렇게 예상가능한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아빠가 사 준 스마트폰에 엄마의 메시지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엄마의 메시지라니. 물론 당연히 예상하게 되듯 그것은 현기엄마의 메시지는 아니다. 현기가 갖게 된 스마트폰의 예전 주인인 상우라는 친구에 대해 알게 되고 그의 엄마가 보내는 메시지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셔틀 소년이었던 현기는 결국 엄마 셔틀을 하게 되는데.....

짧은 단편에 담겨있는 이야기보다 그 이후에 펼쳐지게 될 이야기에 대한 상상력이 더 깊어지는 이야기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즐거운 상상이 되기도 하지만 또 어떤 측면에서는 슬픈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한다.

셔틀 소년의 이야기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했지만 자꾸 되짚어볼수록 너무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어서 다시 한번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 셔틀을 하게 된 감동적인 글이기도 하면서 한때 불량하게 컸지만 한 생명을 팽개치지 않고 혼자 아들을 키워낸 어린 아빠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집을 벗어나 일진이 되는 것만이 삶의 목적인 것처럼 살아가던 셔틀 소년의 삶의 변화가 담겨있는 이야기이기도 한 셔틀 소년의 이야기는 이제 또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을 보여줄지도 모르겠어.

 

[청춘기담 중 셔틀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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