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괜찮겠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인생을 다독거리면서 사는 법을 말해볼까요"

이건 지금 내게 딱 필요한 말이다. 인생을 다독거리며 사는 법을 말해볼까요,라니. 아니, 그런데 이사카 코타로의 책은 이 문구가 아니었더라도 당연히 읽었을 것이다. 이사카 코타로가 다독여주는 말이라니 이건 내게 필독서라는 말로 보이지 않겠는가.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전작주의자는 아니다. 신간이 나올때마다 눈여겨보기는 하지만 모든 책을 읽지 못했고, 오래 전에 읽은 책의 내용은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그런데 왜 나는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일까. 그건 어쩌면 그의 작품에서 느꼈던 것들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어서 좋았던 기억을 일깨워주고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그가 쓴 소설의 내용이나 그가 에세이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나 비슷한 느낌으로 연결되고 있어서 좋았다. 왠지 작품에서 느껴지는 그의 모습이 바로 현실에서의 그의 모습인 것 같은 느낌이어서 좋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도 괜찮겠네'는 글쓰기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다가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두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며 아내에게 '회사를 그만두고 소설에 매진해볼까?'라고 했을 때 '그러는 것도 괜찮겠네'라고 선선하게 대답하는 글에서 나온 제목이다. 옳은 결정이었는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그때 아내의 말은 저자에게 최고의 선물이라고 한다. 앞뒤 재고 따지며 실속을 차리거나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따위가 아니라 그저 선선히 상대방의 의향에 - 그가 그만큼 고민을 하고 말을 꺼냈음을 알고 있다는 듯 '그러는 것도 괜찮겠네'라는 말을 해 주는 사람이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12띠에 얽힌 소의 이야기에서 소가 묵묵히 화를 참았다고 알고 있기에 화나는 일이 있어도 참았는데 나중에 소 역시 불같이 화를 냈다는 것을 알고 '이만하면 됐지 않나'와 '화를 내야 할 때 화내기'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는 이야기에서도, 근두운이라는 표현을 두고 근두구름이라고 표현했다는 이야기도 그런 표현조차 몰라 부끄럽다면서도 부끄럽게 털어놓는 것도 다 작가답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자꾸만 뭔가를 꾸미고 나자신을 돋보이게 하거나 조금은 과장되게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사카 코타로의 산문집을 읽으면 언제나 솔직담백함이 가장 좋은 것이다,라는 확신도 갖게된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진짜 속마음을 듣고 싶어요"

자신이 소년이라는 점, 열한 살이라는 점, 겁쟁이이고 유치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나서 '진짜를 듣고' 싶어하는 겁니다. 어른 흉내를 내는 아이와 같은 뻔뻔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나는 어린애니까 용서해주세요'하는 응석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선 두뇌와 마음가짐과 육체 모두 어른 수준으로 단련할 것. 그러고 나서 내 힘으로 운명을 헤쳐나갈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저는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219) 

 

약하지만 강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저자는 현재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보이는 것이 강한 것임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넓고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착합니다"라는 말에서 그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떠한 태도로 살아가려 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그런것처럼 산문집을 읽고 난 후의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 같은 그런 기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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