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의 태양 시칠리아의 달 내가 사랑한 이탈리아 2
우치다 요코 지음, 박승애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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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이 에세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다면 나는 이 글들을 짧은 단편소설로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저자가 밀라노에서 만난 그곳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는 한편의 소설처럼 기가 막힌 운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물론 누군가는 이 이야기들이 정말 사실일까,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짧은 기간 느꼈던, 혹은 책을 통해서나 친구를 통해서 느꼈던 이탈리아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이탈리아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어느정도는 비슷한 부분이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에게 '밀라노'는 패션의 도시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몇년 전 이탈리아의 소도시를 여행하면서 쇼핑을 하기 위한 여행이 아니었기에 당연하다는 듯 밀라노를 지나쳤다. 사실 아씨시, 베네치아, 피렌체, 시에나... 가보고 싶은 곳이 얼마나 많은데 명품거리로만 알려져 있는 밀라노를 갈 생각을 하겠는가. 그런데 역시 세상의 그 어느 곳이든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누구에게나 특별함이 있으며 그 곳 고유의 풍경과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삶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밀라노의 태양 시칠리아의 태양'은 대부분 밀라노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데 '흐린 날 많은 밀라노도 맑은 날이 있고 태양이 가득한 시칠리아에도 밤은 찾아온다'라는 말의 의미가 더 깊이 있게 다가온다. 밀라노에 정착하기 위해 집을 사게 되는 우연같은 필연의 사건을 시작으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을 지켜내는 삶의 다양함을 풀어놓고 있는데 이 이야기들은 굳이 기승전결의 과정을 거쳐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다'라는 상투적인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시골역을 지키는 철도원 가족의 이야기는 삶의 아이러니를 느끼게 해 주지만 평생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지키며 살 수 있게 된다거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지키려고 했던 것이 무의미하게 변해가버리는 세월의 흐름속에서 그들에게 남은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한다거나 정말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주고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 이야기들 속에서 굳이 무엇인가를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칠리아의 결혼식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가장 흥겹고 미소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이야기는 역시 '잔치는 시골에서'이다. 시끌벅적한 소동속에서 자꾸만 따뜻한 감동이 느껴지는 것이다.

밀라노에서 살면서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에세이이지만 글을 읽다보면 밀라노의 자연풍광이 그려지기도 한다. 뜨거운 햇살과 해안을 타고 도는 구비구비 길, 도시 한복판의 매연이 가득해 차량 통제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시골로 들어가면 넓은 마당과 자연속에서 만찬을 즐길 수도 있으며 시골의 식당에서는 오후의 시에스타를 위해 2층에 잠자리까지 마련해주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속에서 밀라노의 모습이 그려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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