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 양양 에세이
양양 지음 / 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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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변함없이 화장실에 앉아 책을 펼쳤다가 펼쳐놓은 책을 넘기지 못하고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남들에게 쓰레기인 것이 내게는 쓰레기가 아닌 이유는, 나에게 '쓸모'란 '용도'가 아니라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가치라는 것을 실용성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나는 아무 쓸모 없는 나를 가장 먼저 던져버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아직 나를 버리지 않은 것은 내게도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주워왔거나 버리지 않은 많은 것들도 언제나 각각의 이야기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새로 담을 수 있었다. 그것들은 버려진 채, 욕심 없이 비어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니, 그렇게 쉽게 헤어지는 것보다는 조금 더 함께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함께 있으면서 그 이야기들을 들여다보고 싶은 것이다."(192)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이라는 제목은 왠지 그냥 쓸쓸함을 느끼게 했다. 가을도 아니고 손끝이 시리며 싸늘함을 느끼는 겨울의 길목에서 그녀가 말하려고 하는 쓸쓸함에 공감을 하지 못하면 왠지 더 많이 쓸쓸해지는 것 아냐? 라는 마음을 농담처럼 새겨넣으며 겨우겨우 책을 펼쳤다. 그런데 그녀의 이야기는 정말 뜻밖에도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을 느끼게 해 주고 있다.

책 읽을 시간도 없는데 맘에 드는 구절을 옮겨 적는 것도 귀찮아, 라고 생각하는 내게 오래 묵혀두었던 노트를 꺼내어 적고 싶은 마음을 불러 온 것도 그녀의 이야기때문이다.

책을 읽을수가 없어서 책을 적는다,고 한다. 한마디 한마디 또박또박 발음하고 그것을 옮겨 적는다. 그러다보면 가끔씩 그 사람과 같은 것을 보고 있는 듯하기도 하다고 한다. '그 사람의 모든 말을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나 또한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잔뜩 가지고 있으니. 우리가 나누는 것은 단어 하나가 아니라 그때의 그 사람 시간과 지금의 내 시간이다"(30)

 

그녀의 이야기는 하나하나 나와 같지 않지만 그래도 왠지 나와 비슷하구나 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단지 '쓸쓸해서'라는 말로는 이해할 수 없는 느낌이다. 우린 참 비슷한 사람,이라는 파트에 '우린 참 다른 사람'이라는 꼭지의 글은 또 다시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한참을 들여다보게 한다. '아무도 그 무엇도 그대를 위로할 수 없었다'라는 가사가 오히려 우리를 위로하는 아이러니에 대한 격한 공감 역시.  

 

그녀의 노래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글을 읽으며 그녀의 노래를 듣고 싶어졌다. 왠지 쓸쓸함과는 거리가 먼 위안과 행복이 넘쳐날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긴다.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에 담겨있는 그녀의 글이 그런 느낌이기 때문이다. 우린 참 다른 사람이지만 나는 그녀에게 공감하게 된다.

 

"푸르고도 붉은 시간을 지나고 있다. 하루가 한 색깔이었던 적 없다. 마음이 울다가 웃다가 하는 날에는 당신에게로 가 노래나 부르면 좋겠다.

그러면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어렴풋이 번져오는 것 있을까? 그게 뭔지는 몰라도, 우리는 조금 따뜻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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