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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렛 도넛
배정진 엮음, 트래비스 파인 원작 / 열림원 / 2014년 10월
평점 :
친구가 '초콜릿 도넛'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괜찮은 영화라고 추천을 해 주었더랬다. 초콜릿 도넛이라니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가지 않았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것과 다운증후군인 아이를 입양하는 내용이라고 말할때까지는 어떤 면에서는 좀 평범한 내용이 아닌가 싶었는데 아이를 입양하려는 부모가 동성애자라는 얘기에 순간 멈칫 하게 되었다.
요즘의 이야기도 아닌 1970년대. 당시의 동성애자라고 하면 범죄자보다 더한 취급을 받았다고 알고 있는데 커밍아웃만으로도 모자라 아이를 입양하기까지 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수많은 편견속에서 어떻게 차별을 극복하고 장애아를 입양할 수 있었는지도 궁금했다.
평소 인권적 차원에서 바라보는 동성애에 대한 나의 시각을 다시 정리해본다는 의미를 넘어서 그들이 '부모'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인지, 더구나 성적인 구분없이 장애를 가진 아이에게 올바른 부모의 상을 가질 수 있게 할 수 있는지... 너무 많은 것들이 궁금했고 이 내용이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는 이야기에 그 결론이 더 궁금해졌다.
영화를 보지 못했기에 책으로라도 이 내용을 접하고 싶었다. 단순한 영화의 줄거리가 아니라 논픽션의 측면으로 좀 더 깊이있게 다룬 소설 형식의 글이라는 생각을 하며 기대를 했는데 솔직히 이 책의 내용은 영화의 내용을 풀어 서술한 것 이상은 아니었다. 그래서 조금 아쉽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의 내용은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이 책을 통해 동성애에 대한 부분도 그렇지만 아동학대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초콜릿도넛은 다운증후군인 마르코가 가장 좋아하는 도넛이다. 마르코에게는 관심도 없는 약물중독인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 더 나은지, 진정으로 마르코를 사랑하는 루디와 폴과 함께 사는 것이 나은지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일차적으로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은 남녀의 성역할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마르코를 입양하려는 루디와 폴이 동성애 커플이라는 것은 결격사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지 않아서, 더구나 루디가 들려주는 해피엔딩스토리를 좋아하는 마르코이기에 이 이야기의 결말은 해피엔딩일 것이라고 확신을 했다. 결국 진심은 통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이야기의 결말은 생각보다 더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왜 그런 아픔을 느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그들의 이야기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초콜릿도넛을 좋아하고 해피엔딩스토리와 디스코막춤을 좋아하던 마르코의 행복은 어디에 있었는지, 깊이 새겨보게 되는 것이다.
* 글을 다 쓰고 나니 습관처럼 '초콜릿'도넛이라고 썼네. 이 책은 초콜렛도넛인데말이다. 문법규칙에 맞게 초콜릿으로 써야하는 것 아니냐고 하고 싶지는 않다. 아마도 마르코가 좋아한 것은 초콜렛도넛일 것이기 때문이다. 문득, 나 역시 규율이나 법에만 신경을 쓰면서 진실과 진심이 무엇인지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곰곰이 되새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