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시간, 홋카이도 In the Blue 17
문지혁 글.사진 / 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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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붉은 카펫이 깔린 복도를 걸으며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면 개척 시대를 지나는 동안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고군분투했을 익명의 얼굴들이 떠오른다. 우리는 늘 너무 쉽게 잊고 살지만, 누군가의 땀과 눈물 없이는 아무것도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건 어디에서도 마찬가지다"(133)

 

'혼자가 아닌 시간'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홋카이도는 왠지 혼자인 시간이 더 어울릴 것 같았지만 겨울의 시간들이 쓸쓸함이 아니라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시간들일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멀리 갈 수 있는 여력이 안되어 가까운 곳으로 가족 여행을 떠나고 싶었는데 따뜻한 곳에서 살아 그런지 한번쯤은 내 키만큼 눈이 쌓이는 진짜 겨울을 볼 수 있는 그런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기분이었는데 홋카이도 여행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오타루, 삿포로, 하코다테는 내 관심사가 아니었기에 그저 낯설기만 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왠지 언젠가, 그리 멀지 않은 시간에 나와 인연을 맺게 될 여행지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여행이야기 시리즈의 장점은 계속 바라보고 싶은 풍경의 사진과 스케치이다. 사진의 멋과는 또 다른 멋을 보여주고 있는 스케치가 좋아서 긴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말 그대로 '쉼'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 홋카이도 이야기 안에는 저자의 짧은 소설이 담겨있어서 여행지에서의 우연과도 같은 만남을 꿈꿔보게 하는 약간의 설렘도 갖게 한다.

그저 삿포로의 맥주와 온천만 떠올리던 내게 조금은 많이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반복되는 여행을 통해 나는 배웠다. 시간은 우리 주위를 공전하고 삶은 여러 겹으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을"(319)

여행을 많이 다녀보지는 못했지만 똑같은 곳을 다시 방문하게 되었을 때, 그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때 단지 시간의 흐름만이 아니라 그 흐름속에 나 역시 많은 것들을 배우면서 변화하고 있고 나의 삶이 여러 겹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홋카이도에 가게 된다면 나는 그 겨울의 풍경속에서 무엇을 느끼게 될까,도 궁금해지고 있다.

하코다테산 정상에서 전망대 한쪽 구석 철제 구조물 위에 붙은 사소한 풍향계를 바라보면서 뭐가 그리 가벼운지 계속해서 돌고 또 돌고 또 돌기만 하는 연약한 몸뚱아리에서 문득 연약함이야말로 저 풍향계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임을 알게 되었다는 저자의 글을 읽으며 더욱더 그 겨울의 풍경을 직접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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