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나라 쿠파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수현 옮김 / 민음사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이사카 코타로의 이야기는 이야기를 읽는 그 자체로도 재미가 있다고 기억하고 있다. 한때 많은 책을 읽으며 좋아했지만 한동안 읽지 않아서 그런지 밤의 나라 쿠파의 첫 느낌은 그저그랬다. 어디선가 들어봤던 것 같은 이야기,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은유와 비유를 친절히 풀이해주듯 설명하는 등장인물... 이런 설정들이 그리 썩 맘에 들지 않았는데 이야기를 읽어갈수록, 이사카 코타로가 준비해놓은 이야기의 실타래가 끝을 보여주는 것 같은 그때 그저 그랬던 내 느낌이 휙 뒤집어져버렸다. 역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어느새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그만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던 것이다.

"하품이 난다. 인간이 볼 때는 하품이 태평함의 상징인지, 우리가 그럴 때마다 '팔자 한번 좋네'하고 비꼬곤 한다. 생트집이 따로 없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밤의 나라 쿠파의 이야기는 너무 쉽게 알 수 있는 상징과 비유처럼 읽혀 빤한 글로 읽혔지만 그 끝을 보고 나면 그리 단순하게 말해서는 안되는 거였음을 알게 될 것이다.

 

센다이의 공무원인 '나'는 아내가 바람을 피운 충격으로 바다낚시를 떠난다. 갑작스런 날씨 변화로 파도가 거세어지고 배가 뒤집히며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 떠보니 온몸이 꼼짝못하게 덩굴로 묶여있고 가슴 위에는 고양이 한마리가 앉아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릴새도 없이 그 고양이가 말을 하는 것이다. 고양이가 말을 하는 것인지, 내가 고양이 말을 하는 것인지 배가 뒤집히며 받은 쇼크로 환청을 듣고 있는 것인지, 아내가 바람을 피운 충격으로 정신적 불안정이 말하는 고양이를 등장시킨 것인지...

잠깐의 환상이 아니라 고양이는 덩굴에 묶인 나를 풀어주고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밤의 나라 쿠파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밤의 나라 쿠파는 그 내용에 대해 미리 알고 책을 읽기 보다 그냥 무작정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럴수록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대로 넘겼던 부분들이 결말에 이르를수록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면서 시야가 확 넓어지는 느낌이 강해질테니 말이다.

몇몇의 추리소설은 범인을 알게 되면 이야기자체가 재미없어지기도 하는데, 밤의 나라 쿠파는 이야기속에 숨겨져있는 진실이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재미가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솔직히 아직 두번째 읽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내게 있어서 이 책은 두번째 읽을 때는 첫번째에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소소한 재미가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이사카 코타로의 글은 그렇게 읽는 재미가 있음을 새삼 다시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말은 쓸데없는 덧붙임이 되겠지만, 그가 밤의 나라 쿠파에 담고 있는 은유들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사실 나는 그러한 것들이 이야기속에 스며들어 있는데다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게 씌였기 때문에 더 이 이야기가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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