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날며칠을... 가방이 무겁다고 툴툴대면서도 늘 들고 다니던 마스다미리의 여행에세이. 사실 책은 앉은 자리에서 금세 다 읽어버릴 수 있을만큼 지극히 가볍고 읽기 쉽다. 그런데 뭐하러 주구장창 들고 다녔을까. 아마도 그 거부할 수 없는 공감, 마음 깊이 새겨지게 되는 똑같은 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머니 사고 후 몇년 동안 여행은 커녕 비행기 한 번 못타봤다는 것으로 나는 지역 토박이가 되어 내 행동반경은 완전히 집, 사무실, 성당만 오가는 일상이 되어버렸는데.

혼자 여행간다는 것도 도무지 용기내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 내게는 이 한없이 가벼운 책이 용기를 북돋워주기도 한다. 그저  '잠깐 저기까지만'이라는 마음으로 한걸음을 내딛는다면 그것이 곧 열걸음이 되지 않을까.. 싶은.

 

 

출퇴근길에 지나치는 골목길에 그려져 있는 벽화. 벚꽃잎 날리는 봄날, 부엉이가 바라보는 건 뭘까.. 싶다가 책을 쑥 내밀어보았다. 들꽃이 피어있는 꽃밭에서도 역시 '잠깐'의 마음으로 꽃향에 취해 잠시 멈추어 보고.

점심 시간에 김밥과 과일을 싸들고 가서 연꽃이 피어있는 곳에 산책삼아 가보기도 했고.

기나긴 여행,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기분.. 그런 여행도 좋지만. 일상에서의 여행도 좋은거야, 라는 마음이랄까... 정말 왠지 그저 '잠깐 저기까지만'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걸음이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다.

 

 

 

 

 

 

 

 

 

너무 작아서 안보일라나?

그 이름에 걸맞게 슬며시 잎 사이에 숨어 고개를 내밀고 있는 수련.

노오란 꽃들이 앙증맞게 활짝 피어있는 괭이밥.

그리고 아직 봉오리를 열어보이지 않은 연.

 

 

 

 

혼자 밥 먹을때도... 친구처럼 붙어있는 책,과 함께라면 여행이 외롭지는 않을것같기도 해.

 

 

 

"언제라도 갈 수 있는 곳이지만 다음에도 같은 여행이 될리는 없다. 기분, 날씨, 몸 컨디션, 각각의 균형으로 여행의 온도는 결정된다. 같은 여행은 두 번 다시 할 수 없다. 그걸 알기 때문에 언제나 헤어지기 섭섭한 것이다"(141)

 

"'어제까지 몰랐던 세계를 오늘의 나는 알고 있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날 밤은 이불 속에 누우면 언제나 신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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