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와 프란치스코 - 세계를 뒤흔든 교황, 그 뜨거운 가슴의 비밀
김은식 지음, 이윤엽 그림 / 이상한도서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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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 동성애자들을 본다면 그 존재를 인정하겠습니까, 아니면 거부하거나 비난하시겠습니까? 만일 동성애자가 선한 의지를 갖고 신을 찾는다면 내가 어덯게 그를 심판할 수 잇겠습니까? 우리는 이제 자비를 갖고 그들과 함께할 필요가 있습니다"

책을 읽다가 이 문구를 보고 잠시 멈추게 된다. 지금은 겨우 일주일에 한번 성당에 가는 명목상 신자이지만 예전에 교리교사를 하면서 주일학교 아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때, 아이들에게 원칙적인 교리 내용을 어떻게 알려줘야할지 고민을 하곤 했었다. 가톨릭 교회의 교리에 있어서 동성애는 죄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 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물음에 누군가가 '인권'에 대한 접근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그때의 고민에 대해 자비를 갖고 함께 해야한다고 말씀하시는구나,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 미혼모의 아이들에게 교리의 원칙을 내세우며 세례를 해 주지 않는 사제들에게 호통을 치신다고 생각하니 혹시 나 자신도 그렇게 마음이 굳어버린 바리사이들과 같지는 않은가 반성해보게 된다.

 

'프란치스코와 프란치스코'는 제목에 맞게 교종 프란치스코와 성인 프란치스코에 대한 이야기를 잘 풀어놓고 있다. 대부분의 프란치스코 교종에 대한 책은 그분의 생애와 환경에 대한 이야기, 신학과 신념에 따른 학자의 모습과 신앙인으로서의 모범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 책은 프란치스코 교종이 선택한 이름인 프란치스코 성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향한 마음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오래전에 세례를 받을 때 수호성인으로 프란치스코를 택하고 세례명을 정했고, 몇년 전에는 그렇게 가보고 싶었던 아씨시에도 가볼수 있었다. 저녁에 도착해 어둠속에서 환히 빛나던 프란치스코 성당의 모습이 평화롭다고 느꼈었는데 다음 날 본격적으로 포르지웅쿨라와 수바시오 산에 있는 수도원에도 가서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에 대해 기나긴 이야기를 듣고 나눴던 기억이 난다. 수바시오 산 꼭대기까지 올라 아씨시의 전경을 바라보며 앉아있다가 시간을 놓쳐 프란치스코 성당의 프레스코화를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에 대해 다시 새겨보게 되었고, 로마에서부터 시작해 롬바르디아 평원을 지나 아씨시로 가는 동안 간혹 볼 수 있었던 프란치스코 성인의 로마까지 걸었던 순례길을 보면서 그 기나긴 여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어 좋은 시간을 보냈었다. 자신을 낮추고 작은 형제임을 드러내며 고행을 마다하지 않고, 모두에게 외면당하던 나병환자들에게 다가간 프란치스코 성인의 모습처럼 지금의 프란치스코 교종도 소외되고 외면당하는 이들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고 미소를 지으며 친교를 나누고 있다.

이 책은 가톨릭의 성인에 대해서, 성인들의 삶을 본받고 그 삶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과 교회의 수장으로서 권위와 힘을 드러내기보다는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서는 진정한 교종의 참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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