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저기까지만, - 혼자 여행하기 누군가와 여행하기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한주간을 아둥바둥 살아내고 맞은 주말이다. 특별히 힘들고 바쁜 일은 없었지만 왠지 기운이 없던 일주일이었다. 오랜세월 몸에 배어버린 야행성의 습성때문에 작년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여전히 내게 잠이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어서 요즘도 주말이 되면 원없이 틈날때마다 잠을 자곤 한다. 그런데 이것이 또 맘 편히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이, 평소의 스트레스 때문인 탓도 있겠지만 아침이면 어머니에게 과일을 갈아줘야 하는데, 내가 원없이 늦잠을 자버리면 아침시간을 배고픔도 참고 내가 잠에서 깰까봐 티비 소리도 크게 못하고 숨죽여 가만히 앉아계실 어머니 생각에 언제나 어중간하게 쉼의 시간을 갖게 되어버린다. 이런 내게 요즘 조금씩 더 강해지고 있는 소망이 하나 있다. 바로 여행을 떠나는 것.

 

나는 소심하다못해 겁도 많고 실수하는 것조차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성격이라 혼자 여행을 떠나본적이 없다. 물론 하루정도의 자유일정에서 어린 조카를 책임지며 다녀보기도 했지만 또다시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올해 봄에 가까운 곳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보기 위해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봤지만, 역시 겉도는 힘만 주다가 결국은 뒤로 미뤄버렸었다. 그런데 그런 내게, 혼자 떠나는 여행에 그렇게 괜히 힘을 주고 경직되어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

잠깐, 저기까지만.

항상 그렇듯이 마스디 미리는 내 마음을 콕 끄집어내고야 만다. 무리하지말고 그냥 '잠깐 저기까지만' 가보라는 것이다.

내 누나에서 마스다 미리는 언제나 핀란드에 갈꺼야, 라는 말만 할 뿐 그곳으로 떠나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결국 그녀는 혼자 핀란드 여행을 다녀왔다. 자신의 언어가 여행지에서 의사소통을 쉽게 할 수 있을만큼 유창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딱 필요한 만큼,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하고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최소한의 예의로 타인의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내가 너무 힘을 주고 있었구나, 싶어진다. 어른이 되었으니 그냥 한걸음 천천히 내딛으면 된다는 것을 깊이 생각해본다.

 

나이들어가는 엄마와의 여행에서 또 언제, 얼마나 엄마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생각하고. 친구들과의 즐거운 여행에서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것 같았던 청춘이 고개를 내미는 것 같고. 잘 할 자신이 없어 망설이지만 결국 용기를 내어 혼자 여행을 떠나보는 것 자체가 잘 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그러니까 멀리 말고 그저 잠깐 저기까지만,인 것일지도.

 

"언제라도 갈 수 있는 곳이지만 다음에도 같은 여행이 될리는 없다. 기분, 날씨, 몸 컨디션, 각각의 균형으로 여행의 온도는 결정된다. 같은 여행은 두 번 다시 할 수 없다. 그걸 알기 때문에 언제나 헤어지기 섭섭한 것이다"(141)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만다 망설이지 말고 한걸음 내딛을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된다. 그저 잠깐 저기까지만,이라는 느낌으로. 이번 겨울에는 꼭 어머니와 같이 가까운 곳으로라도 떠나야겠다.

 

"'제까지 몰랐던 세계를 오늘의 나는 알고 있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날 밤은 이불 속에 누우면 언제나 신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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