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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나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 내 누나뿐만은 아니다. 마스다 미리의 글을 읽다보면 정말 도플갱어를 보듯 어쩌면 나와 똑같은 인물이 등장하는걸까, 궁금해하지 않을수가 없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그녀의 글에 빠져들게 되어버린다. 사실 '내 누나'를 읽으면서 크게 동화되는 부분이 없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정말 단순무식하게 내게는 남동생이 없고, 사회에서 만난 동생뻘 되는 남자들의 대부분은 나를 그저 선배, 형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 그런데 첫장을 넘기면서부터 완전히 나를 사로잡는다. 수납하는 법을 읽고 있는 누나는 도통 정리를 모르는 엉망인 방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고, 수납법이 적혀있는 책을 읽는 이유는 단지 어떻게 정리해야하는가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언젠가 방 정리를 하게 되면 나도 쉽게 할수 있다라는 것을 마음에 담아두는, 그러니까 실천하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힐링용 독서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다이어트책도 마찬가지.
글을 읽다보면 끝이 없다. 그중에서도 이건 완벽해! 바로 내 모습이야! 라고 민망하면서도 격하게 동감하며 순간 당혹스러워하다가 어이없어 깔깔거리게 된 이야기들 중에서 간략히 옮겨올 수 있는 몇가지.
"만들지도 않을 거면서 제빵책을 사온다. 핀란드에 갈꺼라고 선언했지만 가지 않을거라고 생각한다.
살빼고 싶어, 라고 말할 뿐. 매일 야채주스 만들어 마실까, 라고 말할 뿐. 영어 잘했으면 좋겠다, 라고 말할 뿐.
스트레칭 책을 사도 따라하는 것은 한번 뿐."
근데 분명 마스다 미리는 핀란드 여행을 다녀왔다. 그녀의 에세이를 읽다보면 핀란드 여행에 관한 글이 있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다. 어쩌면 나 역시 지금은 그저 '핀란드에 갈꺼야'라고 말로만 선언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아니, 그러고보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하지도 않을 것이지만 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나도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만으로 수납법에 대한 독서를 하고 있는 누나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러니 어찌 마스다 미리의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이없어 피식 웃으면서도 나는 또 한권의 마스다 미리 책을 집어들고 있다. 과거의 내가 끄적여 놓은 일기를 들여다보며 키득거리는 느낌으로, 때로는 지금의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격한 공감으로, 또 때로는 앞으로 다가올 내 미래의 모습이 아닐까 라는 상상을 하는 즐거운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