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라는 말에 굳이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 그 '즐거움'이라는 것에 대한 개념이 슬그머니 다르다는 것을 배재하고.
주말,이라기보다는 성당에 가야하는 일요일을 빼면 늘어지게 맘 편히 늦잠을 자고 바닥에 드러누워 맘껏 오전 티비를 즐길 수 있는 날은 토요일. 그런데 티비광인 나도 토요일 오전에는 그닥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굳이 티비 채널을 돌리기 귀찮아서 보게 된 것이 책읽기 프로그램. 책을 보다.
편히 누워있고싶은 토요일 오전에 사람들이 나와서 자분자분 토론하듯이 이야기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눈길이 갈리가 없는데, 우연찮게 '걷기'에 대한 주제가 나왔다. 게다가 그날의 낭독 초대손님은 박기영. 나는 그녀의 산티아고 여행기를 읽은 사람이 아니던가. 그래서 괜히 더 관심이 갔을 것이다. 그녀의 경험담을 듣고 있으려니 오래전에 읽은 책의 내용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렇게 한 주를 보고 나니 그 다음에는 일부러 그 시간 즈음에 채널을 돌리게 되었다. 그리고 알게 된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십년 후의 생활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는 누군가를 보면서 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봤다. 십년 후,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인가. 분명 하고 싶은 것들이 있고, 그것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차분히 하나씩 뭔가를 이뤄나갈 수 있는데도 그저 무식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뿐.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현재의 게으름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왜 모르겠는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 지금 현재의 삶에 안주하며 편히 살아가고 싶은 욕심 때문일 것이다.

역시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고, 즐겁지 아니하면 읽을 수 있는 책도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