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입시
미나토 가나에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내가 학생이었을 때 고교입시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평준화되어 추첨에 의해 일정점수만 받으면 고등학교 진학이 이뤄지는 것이었기에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는지 새삼 이해가되지 않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특성화고로 구분이 되어 성적이 경계선에 있으면 애초에 고등학교 진학에서부터 학업을 계속 할 것인지 취업을 할 것인지 갈림길로 들어서기도 하지만 솔직히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도 대부분 대학진학을 하고 있는 현실이기에 그들을 바라보는 내 입장에서는 그리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학교공부에 그리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것 같았던 조카는 자기 스스로의 성취욕에 의해 잠을 줄여가며 공부를 하고 있다. 고등학교 진학을 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느라 대학입시가 힘들기만 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수능시험을 앞두고 학원생활을 하면서 서울의 왠만한 학교는 갈 수 있는 성적이지만 서울대입학이 아니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예민한 상태로 공부만 하고 있는 조카의 현실앞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이제 스무살이 되어가는 혈기왕성한 소년이 자신의 미래를 좌우할 평생의 진로가 지금 1년안에 결정된다는 것에 완전히 몰두하여 공부만 하고 있다는 현실이 내게는 너무 낯설고 안쓰럽고 그렇기만 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미나토 가나에의 '고교입시'는 조금은 일본 특유의 과정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다가 그 내용에 담겨있는 의미를 새겨보면서 결코 단순한 입시소동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현 내에서 최우수 고등학교라 인정받는 공립고등학교인 이치고. 고교입시는 이치고의 입학시헙을 치른 당일에 일어난 여러가지 사건과 자정을 넘기며 계속된 문제의 해결을 그려낸 이야기이다. 그 지역에서 이치고의 입학은 인생의 성공의 척도가 되어버린지 오랬고, 이치고를 졸업하고 이류대학을 졸업하여 백수로 지내더라도 이치고 졸업생이라는 타이틀은 그를 성공한 인생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만큼 이치고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그러한 이치고의 입학시험 전 날,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생님들은 '입시를 짓밟아 버리자'라는 벽보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을 시작으로 이상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데......

 

미나토 가나에의 고교입시는 원래 드라마대본으로 씌여졌고 일본내에서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속도감있게 진행되어 끝나는 일본드라마의 성향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이 이야기는 책보다는 드라마로 보는 것이 재미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글을 읽기 시작했는데, 여러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무시하고 무작정 읽어가다 보니 초반에는 내용 자체가 쉽게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역시 미나토 가나에의 글은 읽어나가면서 어떠한 내용을 품고 있는지 깨닫게 되기 시작하면서 그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전체적인 사건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이야기의 진행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 책읽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하기도 했지만, 또 고교입시의 에피소드를 통해 입시제도 전반에 대한 문제점, 교사와 학생의 관계, 교사의 역할뿐 아니라 잠깐의 실수와 행동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게 하고 있어서 점점 더 몰입하게 된다.

우리에게 있어 고교입시보다는 대학입시의 상황과 좀 더 비슷하다는 것에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우리의 현실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어서 더 몰입이 잘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단지 고교입시의 에피소드가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기 보다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끊임없이 드러나는 의문들이 하나씩 풀려나가는 글을 읽는 재미가 더 크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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