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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 창경궁 ㅣ 인문여행 시리즈 9
이향우 글.그림, 나각순 감수 / 인문산책 / 2014년 5월
평점 :
궁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서울과 가까운 곳에 살지 않는 것이 아쉬워지곤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환경이 그리 나쁜것도 아닌데 괜히 문화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 강해지는 것이다. 그래도 기회가 될 때 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궁궐을 보기도 했었고 가족과 함께 산책하듯이 궁궐을 거닐어보기도 했던 기억이 있어서 좀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펼쳐들곤 한다. 궁궐에 대한 책을 읽을 때면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잘 기억해뒀다가 살펴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책에 대한 기억은 가물거리고 막상 궁궐을 가 보면 다 비슷해보이는 풍경에 두리번거리기만 하다가 돌아오곤 할 뿐이다.
창경궁에 대한 책을 펼치면서는 내가 무엇을 봐야하는가,라는 생각따위는 집어던지고 그저 관망하는 듯 무심하게 글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바라보는 풍경이 달라지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이 있고, 그 사진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저자의 창경궁화첩이다. 그림을 못 그리는 나도 왠지 통명전 마루에 앉아 바라보이는 풍경을 그려보고 싶어지고, 집복현 뒤편 골목 풍경을 그려보고 싶어진다. 옥천교의 난티조각을 보고, 단청과 명정전 월대의 조각상도 보면서 그려보고 싶어진다. 그뿐인가 문정전 숲길을 거닐며 푸르름을 느끼고 싶어지고 함인정 화계의 봄 풍경을 바라보고 싶어진다.
물론 이러한 보여지는 모습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오백년을 이어 온 조선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되기도 한다. 역사이야기가 아니기에 정치적인 부분은 좀 미약하지만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을 창경궁을 거닐며 재미있게 들려주는 듯 한 글들은 어렵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궁궐은 왕이 살았던 곳,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나 그 안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떠올려보게 되고,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게 되고 특히 창경궁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동물원으로 전락하고 궁궐의 존엄을 유린당했던 고통과 슬픔의 역사를 기억하게 된다.
'창경궁은 역대 왕실 가족들의 삶이 가장 진하게 배어 있는 궁궐'이었다고 한다. 이제 조금씩 예전 동궐의 모습을 찾아나가며 궁궐의 아름다움을 더 드러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오백여년을 넘는 긴 세월동안 그 맑은 물길을 보여주는 옥천교 다리를 건너면서 이 궁궐이 우리에게 주는 참다운 역사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