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홍창욱 지음 / 북하우스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도 없고 조카들도 다 커서 육아교육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나의 관심사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궁금하기는 했다. 언젠가부터 '제주'라는 곳은 단순히 지명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어버린 것 같아 어색하기도 하고 뭔가 특별함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조금은 복잡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마 제주에 관한 이야기는, 여행이야기이든 제주이주에 대한 것이든 교육, 문화에 관한 것이든 제주 토박이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죄다 타지인들의 입을 통해 나오는 이야기일 것이다. 사실 제주에 살고 있는 토박이로서 가끔은 별다를 것도 없고 현실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외지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제주의 실상은 조금 색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 흥미롭기도 하다.

 

제주를 여행한다거나 제주로 이주를 해 정착하기까지의 이야기가 있기 훨씬 전에도 아이의 교육을 위해 제주로 내려온 사람들이 있었다. 대부분 은퇴를 하고 노후 생활을 위해 제주에 정착하는 분들이 많았던 그 옛날에 아이가 자연과 벗하며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여유롭고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제주에서도 산골 마을로 이사를 오셨다고 하는데, 나는 그분들을 뵙지는 못했지만 성당에서 주관하는 청소년 행사가 있어서 프로그램 봉사하러 갔다가 그 아이를 만난적이있다. 제주시내에서도 '육지'출신은 티가 나는데 그 시골마을에서는 당연히 육지아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밖에 없다. 그런데 똑똑하고 쾌활한 그 아이는 겸손할줄도 알아서 모두에게 이쁨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른들의 관점에서만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산골이 집인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이 곳 제주에서는 너무 잘 지내는데 서울에서는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소위 '잘난 척'에 대한 시기 질투의 대상이 되어 요즘말로 왕따처럼 지냈다고 한다. 성적과 관련해 친구가 아니라 경쟁상대일수밖에 없고, 친구가 잘하면 상대적으로 내가 못하게 되는 것이라는 생각에 잘하는 친구에게 칭찬을 하지 못하고 시샘만 하게 되니 깎아내리기 위해 잘난'척'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버리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제주에서는 그런 환경과 상관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것이 되는 것일까?

 

사실 나는 내가 자라온 환경만 떠올리고 있으니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그리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어릴적부터 자연스럽게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이 대부분의 생활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중소도시가 아닌 대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출퇴근거리 십여분이라는 사실도 놀라운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내가 이런 축복받은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내겐 그저 평범한 일상일뿐이었던 삶이 누군가에게는 축복의 삶이라는 것을 깨닫고 감사하게 된다.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서울에서 결혼생활을 하던 부부가 제주 이주를 결심하고 제주에 내려와 살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경험한 4년간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일명 '뽀뇨아빠'라 지칭하며, 제주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강한 소망 하나를 갖고 직장을 얻게 되자 무작정 이주를 해버린 대책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쓴 글을 읽다보면 제주에 정착하여 적응하며 살게 되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하고, 제주의 고유한 문화와 특성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가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제주 이주라는 것이 그리 만만치않은 일이지만 그만큼의 가치를 느끼며 잘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제주에 정착하기 위한 노하우를 알려준다기보다는 제주에 살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이 얼마나 좋은것인지, 휴일도 반납해가며 정신없이 바쁘게 사는 삶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며 제주에서의 육아란 자연과 벗하며 다양한 체험활동을 하면서 건강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것임을 전해주고 있다.

내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서 한번 쓱 훑고 지나가는 체험 정보들이지만, 오래전에 조카들과 함께 다니면서 경험을 했던 이야기도 많고 실제로 추천을 하기도 했던곳들도 많아 지금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에게는 권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다. 뽀뇨가 아직 4살밖에 안된 어린아이지만 십대의 아이들에게도 꽤 유용하고 흥미로운 자연체험 학습장이 많으니 어린 자녀뿐만 아니라 온가족이 함께 어울리며 행복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굳이 제주에서 정착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정보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 대한 정보, 휴가때 가족이 함께 제주에서의 체험을 하기 위한 정보에서부터 제주 이주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정보까지 많은 부분을 얻을 수 있으니 어떤 부분이든 관심이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이 책은 분명 많은 정보와 흥미로움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