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 - 아이와 함께 가는 옛건축 기행
최경숙 지음 / 맛있는책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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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건축가 엄마의 전통가옥과 사찰 등을 답사하며 가족과 함께 떠난 여행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건축가 엄마'라는 수식어때문에 이 책에서는 주로 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가는 옛건축 기행'이라는 제목에 대해 좀 더 생각해봤다면 이 기행문에 담겨있는 것들이 전문적인 지식을 전해주려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금세 깨달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니, 건축에 대해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충분히 옛건축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책일것이라고 짐작은 했었다. 그런데 책을 펼쳐 읽어보니 옛건축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옛건축을 둘러싼 자연, 문화,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넘친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이다.

고택은 사유물이기때문에 집안의 사정으로 매매가 되기도 하는데 일가 종친들이 십시일반 도움을 주어 종가를 지켜나가는 이야기속에서 '조상의 삶과 채취가 밴 집을 후손이 이어간다는 것은 집 이상의 가치를 가지며 그러한 옛 사람의 삶을 존중하고 지키려는 의지가 구태의연한 삶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를'(243)바란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오래되어 낡은 집을 허물어버리려고만 했던 내게 또 하나의 깨달음을 준다. 또한 건축이라는 것이 단순히 건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구비구비 길을 따라 걸으며 자연이 만들어놓은 환경에 따라 집이 들어서고 굽이진 길이 형성되고 마을이 생겨나는데, 현대에는 계획도시로 개발이 되어 직선으로 뻗은 길에 맞춰 건물을 세워놓는다는 이야기에도 마음 한켠이 쓰리다. 자연과 더불어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옛모습은 사라져버리고 있다는 것 아닌가.

 

이 책은 옛건축과 더불어 자연, 문화,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넘친다고 했는데 사실 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는 잠시 흘려 읽기도 했다. 책의 서두에 옛건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용어나 형태를 그림과 함께 간략히 설명해주고 있지만 굳이 그것을 꼼꼼히 읽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내 입장에서는 이 책을 한번 본다고 해서 갑자기 옛건축에 대한 깊이가 생길 것은 아니고 실제로 현장답사를 하고 그곳에서 자연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과의 조화로움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깨달아야만 옛건축의 가치를 알게 되리라 생각하기에 그저 술렁술렁 놀러다니듯 한꼭지씩 읽어나갔을 뿐이다.

그러고보니 저자 역시 아이와 함께 답사여행을 떠나면서 굳이 아이에게 옛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솔방울을 공삼아 던지며 나무들 사이를 뛰어놀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모든 아름다움을 깨닫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한 모습은 낙안읍성을 돌아보는 저자의 시선에서도 느낄 수 있으며, 현실적으로 우리의 도시 생활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과 답을 건네주고 있다.

"낙안읍성은 조선시대 서민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그 옛날, 해질녘에는 농사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남자들이 보이고 시끌벅적 여기저기 뛰어노는 아이들이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저녁준비로 피어오르는 자욱한 연기들이 그림처럼 펼쳐졌을 것이다. 이제 전 세계 인구의 대부분이 도시에 사는 현실에서 '도시'냐 '시골'이냐는 물음보다 '인간답게 사는 도시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어울리는 시대가 되었다. 낙안읍성을 비롯한 전통마을은 우리에게 그 해답을 제시해 줄 수 있다."(101)

 

나는 제주도에서 자랐기 때문에 솔직히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옛건축들을 직접 볼 기회가 거의 없다. 고택같은 경우도 제주의 건축과는 많이 달라서 책을 읽는 동안 사진과 TV에서 본 모습을 떠올리며 그 분위기를 떠올려보곤 했는데 문득 오래전에 친구들과 같이 산길을 걷고 개울도 지나면서 사찰을 찾아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새소리와 바람에 흔들려 은은하게 울리던 풍경소리, 숲을 지나는 바람소리가 사찰의 모습을 자연의 일부처럼 느끼게 해 줬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길을 걸었던 시간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이 다 좋았기 때문에 사찰의 모습도 아름답게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진다.

이 책은 그런 아름다움을 간직할 수 있는 옛건축 답사 여행의 안내서로 추천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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