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페의 어린 시절
장 자크 상뻬 지음, 양영란 옮김 / 미메시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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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죠. 대부분의 경우 어른들은 그다지 진지하지 않아요. 당신도 눈치챘을 겁니다! 어른들이 정말로 진지하다면 세상에 그처럼 많은 비극이나 전쟁, 위기, 요컨대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겠습니까, 안그래요?"(137)

 

며칠동안 울컥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아마 나뿐만 아니라 다들 그러했을 것이다. 여객선 세월호의 참사는 그 실체를 드러낼수록 이기적인 어른들이 저지른 비극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상뻬의 이야기처럼 그들이 진지했다면, 진지하게 모든 것을 점검하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고 귀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처럼 엄청난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상뻬의 어린시절에 대한 책 이야기를 하려고 컴퓨터를 켜고 앉았는데 자꾸만 이 엄청난 슬픔이 밀려들어 맘이 편치않다. 어쩌면 내가 어릴 적에 봤던  꼬마 니꼴라의 유쾌하고 밝은 모습과는 대조적인 상뻬의 어린 시절 이야기 때문에 더 마음이 가라앉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장 자끄 상뻬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중학생때였나? 어린시절 책 한권 사 읽을 돈이 없어 서점에 갈 일도 없었고 내가 막내라 집에는 이쁜 그림동화책 한 권 없던 그 당시에 총천연색의 아스테릭스와 꼬마 니꼴라는 거의 문화적 충격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스테릭스는 내가 전혀 알아먹을 수 없는 불어 원서였고 꼬마 니꼴라는 난생 처음 보는 판형에 글자만이 아니라 이쁘고 귀여운 그림들까지 곁들여져 있는 책이었기에 나는 종일 꼬마 니꼴라를 끼고 살았다. 책 모서리가 너덜너덜해질정도로 읽었던 그 책은 이사를 하며 짐정리를 하는 동안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지만.

꼬마 니꼴라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열린책들에서 장 자끄 상뻬의 책들이 출판되기 시작했을 때 미친듯이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그의 책에는 온갖 해학과 유머가 담겨있고 귀여운 반전과 냉소가 담겨있고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는 즐거움이 담겨있다. 그냥 쓱쓱 그려댄 연필 선 몇개만 보이는 것 같은데도 어떻게 얼굴 표정 하나까지 다 다르게 묘사를 할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되고 그런 세부적인 그림들이 모여 커다란 한 장의 그림을 보면서 그 안에 담겨있는 스토리를 순간적으로 깨달아 웃음을 터뜨리게 되면 이미 그의 그림에 빠져들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기보다 오히려 불행했다는 표현이 더 맞는듯한 그의 이야기는 왠지 마음이 아팠다. 허세가 심했던 것은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고 허풍과 거짓말이 심했던 것은 불행한 현실이 아니라 즐겁고 행복한 세계를 꿈꾸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교과서를 구입할 돈이 없어 교과서를 준비못했지만 전혀 주눅드는 일 없이 오히려 교과서 따위는 필요없어!라고 외치는 상뻬의 모습은 왠지 그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잘 알지 못한다고 했지만 그의 그림과 글에서는 깊은 통찰력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지.

상뻬의 어린 시절은 그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커다랗게 실려있는 수십장의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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