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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나의 봄날
박진희 지음 / 워커북스 / 2014년 3월
평점 :
이 책은 그냥 '여행 에세이'라고 하면 안되는 책이 아닐까? '여행'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때문에 책을 받아든 순간 당황스러움과 망설임이 내 마음을 뒤덮고 있었다. '사탕, 축구공, 물감, 실로폰....'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배낭 메고 떠난 네 여자의 착한 아프리카 여행기,라는 것만 알고 이들이 만난 아프리카의 모습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는데 왠지 첫머리부터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그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한국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고아원 조이홈스에 가서 활동하는 이야기는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종교색이 짙은 그들만의 축제이야기인 것은 아닐까 라는 선입견이 나의 마음을 조금씩 닫아버렸기 때문에 처음부터 읽을까 말까 괜히 고민이 됐던 책이다. 그런데 선입견은 역시 좋은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들이 선교지에 가서 그들의 표현대로 사역이라는 것을 한 것이 맞을지라도 그들이 만난 아프리카의 아이들은 진짜였기 때문이다.
여행을 계획하는 준비과정과 아프리카에서의 생활이 담담하고 평범하게 그려져있지만 그 생략된 표현안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인내가 있었을지, 그러한만큼 얼마나 더 큰 기쁨과 즐거움이 있었을지 짐작이 되니 '그대 나의 봄날'은 세상이 아름답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주고 있다.
부모님이 집을 나가고 거리로 쫓겨나 노숙하며 굶주림에 지쳐있던 케빈과 알렌이라는 형제가 조이홈스에 들어오게 된 후 평온한 삶을 지내게 되면서 케빈의 꿈은 한국방문이 되었다고 한다. 자신을 이렇게 살 수 있게 해 준 한국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저자는 케빈에게 그의 조국인 케냐를 사랑하라고 말해준다. 꿈을 이루게 된다면 한국에 보답하는 것이 아니라 케냐의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말해준다. 어쩌면 이것이 그들이 행하는 진짜 선교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가서 아프리카를 완전히 바꾸고 오겠어!"라는 거창하고 원대한 꿈이 아니라, 나로 인해 이 사람들이 10분 정도만 삶에서 더 웃는 시간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하는 아주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한 걸음이 지금 이렇게 나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며칠 전, 사무실 책상 한켠에 붙여두고 오랫동안 잊고 지내다가 책상을 옮기고 정리하면서 도와 주던 동료가 무심코 바라보던 사진을 발견했다. 처음 후원을 결정하고 인연을 맺은 루카스의 첫번째 사진은 포대기에 싸여 저울위에 올려놓고 몸무게를 재던 모습이었고 물동이를 나르며 엄마를 도와주는 모습, 키가 훌쩍 자라 축구공을 갖고 노는 모습을 찍은 사진...도 있다. 그러고보니 벌써 루카스를 후원한 것이 십년이 되어가는 듯 하다. 그동안 무심히도 후원금을 보내는 것으로만 내 할일을 다 한듯 잊고 지냈었는데...
왠지 봄인척 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나와 정말 행복한 봄날을 보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교차되는 듯 하다. 왜 굳이 아프리카에까지 가서, 왜 하필 아프리카인지... 의문을 갖고 질문하지 말자. 그들은 소박하게 웃으며 살아가는 시간을 조금이나마 늘려보려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봄날을 위해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고 있을뿐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