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ㅣ 문학사상 세계문학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김욱동 해설 / 문학사상사 / 2005년 7월
평점 :
백만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금 마콘도에는 비가 내리고 있을까?
책을 다 읽고나니 문득 백년전은 언제였나 생각해봤다. 백년전, 1905년... 을사조약?
나는 왜 그 수많은 생각들 중에서 백년전의 을사조약을 떠올려버렸을까? 백년 동안의 고독은 그만큼 씁쓰름한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게 했나,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백년 동안의 고독, 이라는 것은 마콘도가 언젠가는 사라져버리는 곳이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라는 확신이 내 맘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기때문에 나는 오늘 말 그대로 백년의 시간을 거슬러 1905년을 떠올린 것이겠지.
신화의 한 이야기처럼 시작되는, 아니 환상적인 이야기에서 전개되는 마켄도의 백만년 - 백만년이 아니라고? 내게는 백만년이었는데?
어쨋든 그 백만년의 시간속에서 삶과 죽음과 사랑을 읽는다. 증오와 미움과 전쟁이 있었지만 그 역시 삶을 위한 선택이었고 자유를 위한 전쟁이었다. 그 기나긴 시간은 내가 백만년의 시간을 살아야만 느낄 수 있는 고독의 시간일지도 모르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환상처럼 흘러가는 이야기속에서 나는 마콘도가 조선의 어느 땅, 내가 살고 있는 이 곳 제주섬의 또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신화속의 인물이고, 을사조약은 사라지고 없지만 또 다른 억압이 이 땅을 짓누르고 있어서 신화 속 이야기의 환상적인 주인공이 되어 시간의 거리를 맴돌것이다.
백만년의 시간이 흐르고 언제나 8월이면 비가 흘러내리는 마콘도가 사라지고 없어진다 하더라도,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이 백만년의 시간이 흐르고 사라지고 없어진다 할지라도 되풀이하여 사랑을 하고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전쟁을 해야 할 것이다. 헛된 시간이 백만년이 흐르고 나서야 고독을 나눌 수 있는 천국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면 헛된 백만년의 시간을 인내하며 살아갈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백년의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시간은 하나도 지나보내지 않았다. 이 생각이 드니 엉뚱하게도 갑자기 고독해지는 느낌이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며 너무 많은 것들이 떠올랐고, 그 생각만큼이나 더 많이 반복되는 이름들 속에서 나는 그 의미를 잃어버릴때도 많았다. 그들의 역사라고 했지만 그걸 알지 못하는 나는 우리의 역사만을 느낀다. 그것에서도 아픔을 느꼈는데, 콜럼비아의 역사를 알고 다시 이 책을 읽게 되면 또 다른 느낌이 들지 않을까?
어쨋거나 끝까지 인내하며 책의 마지막 장에 다다랐을 때, '백년 동안의 고독'은 아, 하는 탄성과 함께 말로 설명하기 힘든 그 고독의 의미가 느껴진다. 그래, 백만년동안의 시간을 인내하며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이고, 백년만큼의 인내를 갖고 이 책을 읽어낸 내가 자랑스러움만으로도 이 책은 내게 가치있는 것이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