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시인의 시는 학창시절, 약속 시간이 남아 책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우연히 발견한 시집을 통해 알게 되었다. 시를 즐겨 읽는 감성은 아니었지만 당시 나는 꽤나 많은 시집을 사 들이며 시를 읽어대곤 했었다.

온갖 서정적인 시들이 넘쳐나던 시대에 혁명을 이야기하고 있는 시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같은 말은 감동과 비장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 주는 심장을 울리는 말이었다.

 

그리고 엊그제 시사인과 같이 동봉되어 온 노란 봉투는 뜬금없이 김남주 시인의 '사랑은' 이라는 시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가질 줄' 알고 있다는 글 때문이었을까?

 

 

 

사랑은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가질 줄 안다
너와 나와 우리가
한 별을 우러러 보며.

 

 

 

 

새로운 시집은 이렇게나 많이 나오고 있는데... 봄,이 다가오는 지금 시집을 손에 잡기 보다는 그저 멍때리며 쏟아져내리는 햇빛을 온몸으로 받아 안는 것이 더 좋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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