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EBS 자본주의 제작팀 지음 / 가나출판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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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없는 정치, 도덕 없는 경제, 노동 없는 부... 간디가 이야기한 7가지 악덕의 내용이다. 가만히 곱씹어볼수록 없는 것이 많은 현대의 자본제 사회를 일컫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시장앞을 지나치다가 과일을 좀 살까 싶어 걸음을 멈추고 살만한 과일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기왕이면 정식으로 자릿세를 내고 가게를 낸 상인보다 길에서 힘들게 팔고있는 분에게 구입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가던 길을 되돌아 과일을 구입했다. 그런데 내가 통화를 계속하고 있어서인지 서둘러 과일을 담아내는데 얼핏 보기에도 비상품 과일들만 마구 집어넣는 것이다. 돈을 주면서 두어개 꺼내들고 썩은 것 같으니 바꿔달라고 하자 과일을 볼 줄 모른다고 호통을 치면서 겨우 바꿔줬는데, 아무래도 찜찜해서 길을 걸으며 안쪽을 살펴봤더니 확연히 썩은 색들이 보이는 것이다. 잠시 망설이다 다시 되돌아가 아무래도 과일이 썩어보인다고 했더니 화를 내면서 싱싱한건데 과일 상태도 모르면서 썩었다고 한다며 반으로 쪼개는 순간 시커먼 속이 보였다. 그걸 보고 오히려 더 신경질을 부리면서 담겨있던 과일을 다 쏟아내고 나보고 고르라고 하는데 와르르 쏟아져내린 과일들은 이미 상할대로 상한 것들이었고 그 옆쪽에는 꽤 잘 익어 먹음직스러운 것들이 보였다. 나는 이미 과일의 시커멓게 썩어버린 속도 보았고 그 과일을 싱싱한거라 속이며 파는 이의 썩어문드러진 마음도 봐버렸기 때문에 두번다시 그곳을 이용하지 않으리라 마음 먹고 돈을 돌려달라고 했다. 돈을 받고 돌아섰지만 가시지 않는 그 씁쓸함과 화나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마침 [자본주의] 책을 다 읽고 마지막쪽에 쓰여있는 '도덕 없는 경제'를  떠올리게 되어 더욱 씁쓸해졌다. 아무래도 지금 이대로는 안되는거겠지?

 

[자본주의]는 지금 이 시대의 자본주의가 어떻게 형성되고 이어져나가고 있는지에 대해 간략하지만 명쾌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많은 사람들이 집을 구입하기 위해 은행에 대출을 받곤 하는데, 그 은행의 대출이라는 것이 꼬박꼬박 이자를 내야하면서도 대출 상환기간보다 빨리 갚아버리려고 해도 역시 조기 상환이자라는 명목으로 돈을 떼어간다. 아니 왜 돈을 빨리 갚겠다는데 오히려 돈을 더 내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지만 자본주의를 읽고나니 비로소 그 모든 것들이 이해가 된다.

 

 

 

 

 

책을 읽으면 더 자세히 알 수 있지만 이 두 장의 컷만으로도 자본주의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총 다섯부분으로 나뉘어 빚이 있어야 돌아가는 사회인 자본주의의 비밀, 위기의 시대에 꼭 알아야 할 금융상품의 비밀, 나도 모르게 지갑이 털리는 소비 마케팅의 비밀을 이야기하는 앞부분 3장은 자본주의의 구조와 그 속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고 그에 이어 위기의 자본주의를 구할 아이디어와 복지 자본주의에 대한 언급을 하고 있다.

요즘은 많이 언급되고 있어서 금융상품이나 소비마케팅의 속임수 같은 부분은 많이들 알고 있으리라고 본다. 실제로 이 책을 읽으면서 낯선 내용은 거의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 내용을 알기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확연하게 그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어 좋았다.

 

이렇게 자본주의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할수록 부익부빈익빈이 악화되고 경제구조가 무너지면서 부의 재분배와 균형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기 떄문일 것이다. 그에 대한 언급으로 수정자본주의형태인 복지자본주의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사실 이부분은 그리 중요하게 언급되고 있지 않은 느낌이다. 물론 이 책은 [자본주의]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지 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니 조금은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기며 물음을 던져주는 것이 더 올바른 것인지도 모르겠다.

 

만원어치 과일을 팔면서도 도덕성이 결여된 경제활동이 만연한 자본주의 사회는 지금 이 상태로 지속된다는 것은 안될 노릇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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