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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잡았을 때, 하드보드에 의지해 책의 무게감이 조금 더 나갈뿐 작고 가벼워보여서, 더구나 내 삶이 그러하듯 내 안에는 '열정'이라는 말이 깊이 있게 담겨 있지 않아서 쉽게 읽히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심란하지만, 그런 내 일상을 조금 가볍게 해주리라 믿으며 책을 펴들었다. 그리고... 3일. 아니, 4일인가?
하루안에 담긴 세 사람의 일생. 그것을 사흘, 아니 나흘안에 다 소화시켜 내기에 내 위장은 그리 튼튼하지도 않고 내 마음 역시 그 세월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구나, 라는 걸 느껴버렸다. 전체 줄거리만을 생각해본다면 그리 힘들게 읽어야 할 하루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인간의 운명이야......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마련이야. 그것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안된 일이지. 그런 사람은 완전한 인간이 아니야"(p53)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의미가 죽음뿐만이 아니라 배신과 외면, 침묵.... 그 모든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걸 견뎌내야 한다는 것일까?
41년동안 진실을 알기 위해 삶의 끈을 놓지 않은 세월, 한순간 불타오르는 젊은 날의 그 삶을 외면하고 오랜세월 '그리움'을 간직하고 살아온 세월이 열정인지...
"우리의 심장, 영혼, 육신으로 뚫고 들어와 꺼질 줄 모르고 영원히 불타오르는 정열'이 과연 무엇인지...
나는 아직도 에둘러 술렁술렁 삶을 살아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나서 남는 것은 어떤 삶이 되었든 '삶의 진실을 향해 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삶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그것이 열정의 삶이리라... 멋대로 짐작만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