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2 세계문학의 숲 18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시공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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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의 행복백화점은 서평이라는 느낌보다는 책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편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게 한다.

저자의 이름은 익히 들어 친숙하기까지 한 '에밀 졸라', 하지만 그의 작품 제르미날도 목로주점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고 그가 쓴 '나는 고발한다'도 뒤레퓌스라는 이름과 연관지어 얼핏 들어보기만 했을 뿐 도대체가 진중하게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이다. 그런 에밀 졸라의 첫 작품으로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을 읽게 되다니.

사실 에밀 졸라의 작품들 중에서 무엇을 첫번째로 읽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보적은 없는데 작품 해설을 보니 그의 작품들 중에 유일하게 해피엔딩이라고 한다. 오호~ 해피엔딩.

첫머리부터 결말을 이야기하는 것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의 반칙과 같다고 생각하지만 어쩌겠는가.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은 이미 시작부터 해피엔딩까지의 결론을 보여주고 있는데 굳이 감출 필요가 없는 것이다.

 

백년도 더 전에 씌여진 이 소설은 우연찮게도 구십년대에 차인표, 신애라 열풍을 일으켰던 드라마를 떠오르게 할만큼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구나 싶을만큼 거대자본의 잠식에서부터 시작해서 중소상인의 몰락에 이르는 정치경제적인 문제와 노동의 문제뿐만 아니라 부자 사장과 가난한 판매원의 운명같은 사랑 이야기까지 똑같아서 왜 고전이 그냥 고전이 아니라 위대한 고전인 것인지 새삼 감탄하며 책을 읽었다.

드라마의 내용이라는 것은 몇편만 보고 있노라면 그 흐름이 보이듯이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역시 백화점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흐름과 사람들 관계의 모습이 보이고 있어 그리 별다른 것은 없다. 그런데 에밀 졸라가 현대의 유명한 통속 드라마 작가가 아닌 이상 문학작품을 접함에 있어서는 별다를 것이 없다고 할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고전문학으로서의 위용을 뽐내며 지금 우리에게 읽히고 있는 것인지도.

 

그런데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은 어떤 이야기책이라고 말을 해야할까? 오래전에 같은 소설책을 읽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도무지 내가 읽은 책과는 다른 느낌으로 이야기를 하는 친구가 이상해 다시한번 더 책을 읽은 기억이있다. 사회문제의 한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생각한 나와 달리 사랑이야기의 흐름속에 사회문제와 같은 삶의 모습이 투영되는 것이라 했던 친구를 통해 독자의 상황에 따라 문학작품은 달리 해석될수있는 여지가 있음을 깨달았던 기억이 있다. 그러니 여러가지가 뒤섞여 있는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은 얼마나 많은 감상 느낌을 가질 수 있겠는가.

 

이야기의 줄거리만 따라가자면 드라마 한편과 똑같지만, 에밀 졸라의 작품 안에는 당시 자본사회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을 읽는 동안 백년전이나 현재나 어쩌면 이리 똑같은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 중에서도 특히 더 놀라운 이야기는 드라마같은 삶의 모습들뿐만 아니라 최근에 읽은 시사주간지에서 발견한 기사의 제목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었다.

 

"반경 5km안 상인은 멸종 중"
- 대형 마트가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말이 사실일까. <시사IN>이 홈플러스 청주점 주변 상권을 지리정보시스템으로 분석한 결과 반경 5KM내 72개 슈퍼가 문을 닫았다. 사실상 지역 상권 절반이 초토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주변 상인 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해보았다. 슈퍼와 문구점의 위기감이 가장 컸다. (시사인 241호/ 2012년4월28일자)

 

여인들의 행복백화점은 물론 한 권의 로매틱 소설로 읽을수도 있지만, 이처럼 당시 자본의 잠식이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한 역사가 지금 이 순간에도 되풀이되듯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게 해 주는 사회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에밀 졸라의 작가적 역량이 아닐까 싶어진다.

책을 읽는 동안 밑줄을 그었던 수많은 문장들 속에서도 에밀 졸라의 통찰력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왠지 앞으로 읽게 될 그의 다른 작품들이 더 좋아질 것만 같은 예감이다.

그걸 함께 느껴보고 싶은 사람은 지금 바로 에밀 졸라의 글들을 함께 읽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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