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젊은 동화작가 프란츠 히브너가 쓴 <우리 우리 할머니>라는 동화에 보면 천둥번개에 끄덕없이 견디는 한송이 꽃 이야기가 나온다.
토미 할머니는 죽음을 앞둔 어느날 침대에 앉아 어린 손자 토미를 불러놓고, 뜰에 심어놓은 쑥부쟁이꽃이 시들어 없어질 때쯤이면 할머니도 이곳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토미는 쑥부쟁이꽃을 지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벌레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꽃 둘레에다 종이 상자를 둘러 담을 쳐주기도 하면서 한시도 관심의 눈길을 떼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우르릉 쾅! 번쩍번쩍!' 하고 천둥 번개가 쳤다. 토미는 꽃들이 비바람에 쓰러져 죽을까봐 얼른 뜰에 나가 꽃에 우산을 받쳐준다. 그러자 토미 아빠가 토미한테 다가가 말한다.
"토미야, 꽃들은 천둥번개가 어떻게 치는지 알고 싶어한단다. 우산을 치우렴"
토미는 아빠의 말씀이 믿기지 않았지만 우산을 치워주었다. 꽃들은 쏟아지는 비바람에 온몸을 내맡기고 아파도 가만히 참고 있었다.
다음날, 비가 그치자 토미는 아빠의 말씀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꽃은 천둥 번개가 무섭게 친 거친 날씨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끄떡없이 견뎌내고 더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그 후 토미는 폭풍우를 견뎌낸 쑥부쟁이꽃을 보호하는 일로 하루 해를 다 보낸다. 아빠가 잔디를 깎을 땡도 꽃 주위에 돌로 바리케이드를 쳐서 꽃을 보호한다. 토미 아빠도 토미한테 그 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잔디를 깎을 때에도 꽃은 절대 다치지 않게 하고 잔디를 깎았다. 그러나 겨울이 오고 첫눈이 오는 날 꽃은 시든다. 결국 토미의 할머니도 세상을 떠나버린다.
토미 아빠는 슬피 우는 토미를 안아주면서 울지 말라고 위로한다. 꽃은 다시 피어나고 꽃이 피어날 때 할머니도 우리들 마음속에 다시 살아나기 때문에 언제까지나 슬퍼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말씀대로 토미도 결국 슬픔과 눈물이 언제가지나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봄이 오자 꽃이 진 그 자리에 다시 더 많은 꽃이 피어났기 때문이다.
만일 천둥과 번개가 치는 고통의 밤을 참고 견디지 못했다면 꽃은 열매를 맺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 이듬해 봄에 더 많은 꽃을 피울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킨다. 세상의 누구든 고통을 참고 견디지 못한다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폭풍우를 견딜 수 있는 꽃과 나무와 새들만이 살아남듯이 사람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이 한 생을 살면서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만 맞으며 살아갈 수는 없다. 따스한 햇살을 맞기 위해서는 혹한의 추운 겨울이 있어야 하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살기 위해서는 뜨거운 폭염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기도 중 정호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