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실수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인정할 수 있는 사람,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 옆에 서 있는 사람,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참으로 자신의 가치에 대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그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고, 자신의 부족한 면들, 편안하지 않은 면들까지도 다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융에 의하면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의 그림자까지도 다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항상 양극, 즉 두려움과 믿음, 이성과 감성, 사랑과 공격성, 규칙과 불규칙 사이에서 살아간다. 언제나 자기 확신에 찬 자세로 행동하는 사람은 양면중에 한 면만을 보여주는 것이다. 확신에 찬 사람은 자시의 입장은 논리 정연하게 말하지만 자신의 느낌은 잘 표현하지 못한다. 화제가 감정부분으로 옮겨지면 그는 당황해 하거나 입을 다문다. 그는 자신의 가치에 대하여 진정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는 한쪽면만 느끼고 있을 뿐이다. 오직 한면만을 의식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다른 면은 그림자 속으로 억압한다. 그림자 속으로 억압된 것은 그속에서 부정적인 작용을 한다. 억압된 감정들은 감상적 자세로 표출되어 나온다.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는 부분이 있는 사람은 다른 부분의 조절능력까지도 완전히 상실하고 만다.
그림자는 자기 안에 감춰진 약한 부분이 들춰지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신에 대해 늘 강하게 학신하면서 살아가는 것 같던 사람이 어는 날 갑자기 자신에 대한 조절능력을 완전히 잃고 마는 경우 바로 그래서이다. 늘 자신감에 넘쳐 보이는 사람은 느닷없이 폭삭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그림자를 받아들인 사라은 자신이 웃음거리가 되거나 맹렬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있을 때에도 침착성을 잃지 않고 차분하게 반응한다. 그는 자신을 잘 알고 있으며 자신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함께 수용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말해도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두 발을 발판 위에 단단히 올려놓고 있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닥쳐도 흔들리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 안셀름 그륀, 참 소중한 나, 전헌호옮김, 성바오로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