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드디어 아씨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아, 이곳 이야기는 최소한 지금 읽고 있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성프란체스코를 다 읽은 다음 얘기해야 뭔가 좀 더 감동적인 느낌을 전할 수 있을텐데 말이지요. 그나마 가장 최근에 읽은 프란치스코 성인 관련 글은 전에 읽은 까를로 까레토의 '프란치스코 저는'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글과 프란치스코 성인과 관련한 전기는... 정말 이십여년전에 읽은 것이 전부인 듯한. 

 

 

 

 

  

사진이 좀 있어서... 그냥 두서없이 사진과 연관된 이야기들을 마구 늘어놔보겠습니다. 아씨시에서의 이야기는 주로 프란치스코 성인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지요. 아주 오래 전, 제가 세례 받을 때 내 수호성인으로 프란치스코를 택하게 된 이야기는 프란치스코 저는..의 리뷰를 쓰면서 간단히 적었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그후로 또 나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을 잊고 살았구나...싶은 맘에 조금 부끄러워집니다.
아무튼... 이번에 처음 가 본 아씨시는 언제나 제 마음의 고향 같은.. 그런 느낌이었는데, 이젠 확실히 제 마음의 고향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일년만 살아봤으면... 좋겠더군요. ;;; 

아씨시는 일반 관광지가 아니라 '성지'로만 인식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곳은 온통 프란치스코 성인과 글라라 성녀의 이야기가 넘쳐나고 그곳을 찾는 수많은 이들이 순례자들이었으니까 말이지요. 간혹 보이는 풍경에서 오래된 중세 도시의 숨결을 느낄수도 있겠지만, 저는 이 기회에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성 글라라성당. 정면은 특별할 것이 없었습니다. 성당 안에서는 촬영금지였으니 당연히 사진은 외부의 사진들뿐이고. 이 사진은 글라라 성당을 순례하고 나와 아씨시의 성문을 향해 걸어가면서 찍은 성당의 뒷모습이지요. 

아주 많은 기적이야기와 성녀 글라라의 생애와 당시의 생활을 느낄 수 있는 유품들이 많았는데, 왜 나는 글라라 성녀의 동생 아녜스마저 수도공동체 생활을 하러 떠나려 할 때 가족들이 나와 말리며 그녀의 머리끄댕이를 잡아당기는 성화만 기억에 남겨놓고 왔을까요. 어린 나이에 자신의 길을 향해 신념에 차 꿋꿋이 자신을 지켜낸 그분들의 삶을 바라보며 나 자신을 돌아봐야하기 때문인지도.

  

아씨시 성 내부에서 바라다 본 아씨시의 외곽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저 가운데 보이는 돔 모양이 뽀르지웅꿀라인 것으로 아는데... 찾기 힘들겠죠? ㅎ 제 눈에는 보입니다만.

  

이 사진은 리보또르또에서 바라 본 아씨시의 전경입니다. 중세의 도시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하자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도시를 보호하는 성벽이 있고 성문은 일정 시간동안 열어놓거나 외적의 침입이 있는 경우 문을 닫아 도시민을 보호하게 되어있지요. 그러니 성안에 있는 사람들은 보호받고 살지만, 성밖으로 쫓겨난 죄인이나 가난한 이들은 비참한 삶을 이어갈수밖에 없었을것입니다.  

리보또르또, 역시 성 외곽지역에 있으며 이곳은 프란치스코 성인이 형제들과 함께 처음으로 공동체 생활을 하던 움막이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 움막을 짓고 공동체 생활을 하다가 이곳의 원주인에 의해 쫓겨난 후 뽀르지웅꿀라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프란치스코 성인은 짧은 시간밖에 지내지 못했지만, 이곳에서의 생활을 가장 그리워했고 그 시절을 제일 좋아했다고 합니다. 형제들과 함께 청빈의 삶을 살아가며 기도하고, 나환자들을 돌보며 완벽하게 봉헌의 삶을 살아가는 기쁨의 삶이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처음의 그 단순한 삶의 모습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했을지.
프란치스코 성인과 형제들의 유해가 있고, 글라라 성녀의 삶의 공간이 그대로 있는 뽀르지웅꿀라나 성다미아노성당은 수많은 순례객으로 넘쳐나고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고 저절로 마음이 가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힘들어도 이곳은 포기할 수 없겠다는 신부님의 이야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마음에 남는군요.
리보또르또에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삶에 대한 묵상과 처음의 그 순수한 열정과 나 역시 프란치스코 성인의 길을 따라 태양의 찬가를 부르며 평화의 기도를 하겠다는 그 마음을 다시 떠올립니다.

  

마침 리보또르또에서는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 나눔을 하고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형제들과 함께 대화하고 기도를 하던 공간에서 이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들이 조금 부럽기도 했고. 

  

리보또르또 성당 정면 부조.

 

리보또르또 성당 앞, 나병환자를 돌보는 성프란치스코 성상. 초기 공동생활을 하던 이곳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은 나병환자들을 돌보며 생활을 했다고 하지요. 뒤에 가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저는 솔직히 비겁하게 도망쳤을거라는 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리보또르또 성당 정면.

  

드디어 뽀르지웅쿨라. 처음 성당 안으로 들어갔을 때 누군가가 끊임없이 사진을 찍어서 혹시 사진찍어도 괜찮은가? 싶은 마음이 슬그머니 일어났지만 수사님 한 분이 웃음띈 얼굴로 다가오더니 그 사람에게 사진은 찍지 말아달라고 말씀하시고 가셨습니다. 그래, 이곳은 일년 내내 전대사를 받을 수 있는 성지인 것, 이지요.
아주 작은 뽀르지웅쿨라를 보호하기 위해 이렇게 커다란 성당을 지었고, 안으로 들어가면 뽀르지웅쿨라의 외벽에도 온갖 화려한 프레스코화가 덧칠해지고 지워지고 한 흔적이 보입니다. 

화려함이 덧칠해질수록 프란치스코성인의 삶의 모습은 흐려져가기만 하는 것인데. 

돌이켜보면 나 역시 그리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화려함에 쫓겨, 소박하고 진솔한 삶의 모습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음을 한탄해야하는데 오히려 남탓을 하고 있으니. 뭐, 아무튼. 

 

뽀르지웅쿨라의 성프란치스코상. 저 둥지에 항상 비둘기가 있다...라고 들었는데. 뭡니까. 없잖습니까,라고 말하려는데 얘네가 잠시 저 위에 올라가 있더군요. 어깨에도 잘 앉아있는댔는데 일부러 그것을 찍으려고 사진기를 들고 있을만큼,은 아니었는지라 그냥 슬금슬금 지나쳤지요.

  

 

  

아, 이건 팁,이다. (뭐냐. ㅡㅡ;)
열심히 동판에 적힌 글에 대한 설명을 들었지만, 나의 치명적인 단점. 설명을 들을때는 모든것을 이해하고, 돌아서는 즉시 잊어버리는. 아, 미칠것같은 단점. 뭐, 단순히 머리가 나쁘다 라고 할수있는, 뭐 그런. (따지고들지말자)

  

성다미아노성당. 도촬. 성지에서의 나쁜짓은 이거 하나.(였겠지? ㅠ.ㅠ)

  

성다미아노성당입구. 두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성프란치스코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성당에 혼자 책상다리하고 앉아 십자가를 바라보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마음이 참 좋았던 기억이 있어 좋아하지 않을수가 없어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모습,입니다. 주위에 다른 순례객들이 없었다면 이 옆에 나란히 드러누웠을지도 모르는.
수바시오산의 까리첼리 은둔소에 있는 성상입니다. 바로 이 위치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면 북극성을 볼 수 있다더군요. 믿지못할 이유도 없었지만,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아이고, 그 후로 스마트폰에 대한 열망이 생겨부렀는데... 청빈의 삶을 지향하겠다면서 그 자리에서도 재물에 대한 욕심을 챙기고 있었구만 ㅡ,.ㅡ) 별자리를 보여주는데 신기하더군요. 

북극성의 좌표가 아니더라도, 어린시절 옥상에 드러누워 밤하늘을 바라보곤 했던 내게 성인의 이 모습은 가장 자연스러운 평온, 그 자체였습니다. 물론 멍때리며 하늘을 바라보는 나와는 다른, 하느님 찬미와 별형제들과의 만남이었을지 모르는 성인의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수바시오산 중턱에 있는 은둔소의 분위기란.

  

성프란치스코 성당.

 

 

프란치스코 성인의 일생이 그려진 프레스코화가 있다 들었지만 보지 못했다. 뛰어 올라가봤는데 이미 성당문을 닫을 시간이 지나있었어. 수바시오 산 정상에서 패러글라이딩하는 사람들을 너무 오랫동안 쳐다보고 있었던 탓이기도 하지, 뭐. 

그래도. 프란치스코 성당에서 했던 기도는 잊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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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1-09-25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정말 가고 싶었었는데...좋은 사진과 글 잘 봤어요 치카님!^^

chika 2011-09-25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저는 또 가고 싶습니다만. ^^
순례하는 마음으로 저곳 모두를 걸어서 다녀보고 싶었거든요. 그냥 구경하듯 지나간 곳도 많고.
언젠가 또 갈 수 있는 날을 꿈꾸며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불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