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히 앉아 일처리를 못하고 있다. 이럴땐 책을 읽어도 글자만 읽을 뿐 내용은 전혀 알아챌 수 없게 되는데....어쩌나. 

1. 아침 버스에서 들은 대화 

아고게, 우산 어디 가부러시? 분명 들렁와신디 어서졌져. 안들렁와신가?
나신디고르믄 어떵헐말이우꽈 안들렁와실테주 난 여기 고만히 아자신디 나가봐실말이우꽈 나신디 골믄 어떵헐말이우꽈

........ 할머니 한분이 앞자리에 앉았다가 내릴때가 되니 들고 오신 우산을 찾으신다. 찾아도 안보이니 안들고 나왔나...생각해보다가 아무래도 버스에 있는 것 같아서 마구 찾는데, 하필 앞자리에 앉은 아저씨에게만 자꾸 묻는다. 가만히 지켜보다가 자꾸만 물어보니까 어쩔 수 없이 아저씨의 퉁치는 한마디. 가만히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자기한테 자꾸 우산 달라고 찾으면 어떻게 하냐고.... ㅎ
뒤쪽에서 구경하던 나는 웃음을 터뜨릴뻔했다. 그 아저씨가... 운전기사 아저씨여서 안웃을수가 없었어. 설마 할머니가 내내 버스 운전 하느라 자리보전하고 계신 아저씨에게 우산달라고 하신 뜻은 아니었겠지? 괜히 두분의 대화가 정겨운 느낌이어서 재밌는 하루의 시작이 되었다. 

 

2. 재미교포 

조카가 갑자기 '교포'의 뜻을 묻더라. 뭐.. 외국에 사는 우리나라 사람? 정도로 얘기를 해 줬는데 열다섯살짜리 조카가 TV를 가리키면서 재미교포는 재미난 사람? 이러는데... 웃기면서도 뭔가 아쉽다. 8살때부터 열다섯살이 되도록 외국생활을 하느라 우리말을 체계적으로 못배웠는데 가끔 쓰는 말을 보면 한때 우리에게 웃음을 전해주던 카라의 니콜이 떠오른다.
예전에 조카가 반년정도 한국에 있을 때의 일이다. 엄마의 핸드폰이 울렸는데 전화를 못받아서 엄마가 바로 누구 전화였냐고 확인해보라니까 전화기에 뜬 걸 보고 외친 조카의 한마디는.
'엄마, 부재중이라는 사람이야' 

.............
 

3. 라면 

조카녀석들과 올케는 신변안전 및 기타 여러가지 이유로 상해에서 살고 오래비만 혼자 중국 본토에서 근무를 한다. 워낙에 넓은 땅덩어리인지라 우리 기준으로 보면 오지라고 해도 무방할 그런 곳인데 한국사람도 없고 처음엔 조선족조차 없었더랜다. 그런데 지금은 조선족 - 이라고 하지만 한국음식도 잘 못하고 뭐 그런;;; - 식당이 하나 생겨 그곳에서 식사를 하곤 한다는데 가장 기본적인 라면도 라면맛을 못느낄만큼 온갖 잡탕음식을 만들어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날 라면 고유의 맛을 좀 느껴보고 싶어서 그 아줌마에게 라면에 달걀하나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말고 끓여달라고 했단다. 그래, 가끔은 그렇게 야채도 필요없이 라면에 달걀 하나. 

그런데 아줌마가 당당하게 들고나온 라면은....
뽀얀 국물에 면과 달걀 하나.
라면에 달걀만 넣으라니까 정말 라면스프마저 생략해버리신거다...... 

웃긴 이야기지만 왠지 그러고 살아가는 일상이 좀 안쓰럽긴 하다. 예전에 집에 있을 땐 배고파 죽을지경이어도 꼼짝않고 있다가 내가 집에 들어가면 신발도 벗기전에 라면 하나 끓이라고 소리치던 오래비가 혼자 식사를 해결해야 하고 있는 것도 그런데 외식마저 마땅찮으니. ㅉ 

  

 

......... 이럴때가 아니지. 이제 맘을 좀 다잡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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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8-10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모임에 가야 하는데, 나가기 귀찮아서 늦잠 잤다고 문자만 날리느라 알라딘 들어와서~ 이거 보고 엄청 웃었어요. 물론 웃는게 웃는 게 아닌 짠한 마음을 동반했지만요.^^
오랜만에 남기는 댓글이라 염치 없지만, 브리핑에 새글 뜨면 잘 본답니다. 헤헤~

chika 2011-08-10 15:43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도 그런걸요 뭐.
근데 정말 엄청 웃으셨어요? (웃어달라고 올린 글인데 엄청 웃으셨다니 반가워서 말이죠 ㅎ)

울보 2011-08-10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태풍피해는없으신지요, 신분에 제주해수욕장에사람이없다는데 제가돌보고있는아이가월요일에 제주로피서를갔는데 님생각이났어요 류독ᆞ고싶다는데 가을에나가볼수있을까싶어요

chika 2011-08-10 15:43   좋아요 0 | URL
저도 가을엔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