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빌 브라이슨은 그만의 독특한 글쓰기를 어쩔 수가 없나보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그의 두툼하고 무거운 책을 선뜻 읽어보게 만드는 매력인 걸 어쩐단 말인가.
좀 드러운 얘긴 지나가고.
지금 나는 부엌으로 들어와 있는데 영국의 군주들 중 가장 뚱뚱한 역대 왕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다. 첫번째 인물 앤 여왕.
"비록 초상화에서는 기껏해야 약간 살집이 있는 정도의 모습으로 - 마치 루벤스의 살찐 미녀처럼 - 재치있게 묘사되기는 했지만, 사실 그녀는 엄청나게 뚱뚱했다. 즉 한때 그녀의 제일 친한 친구였던 말버러 공작부인의 솔직한 말에 따르면, "극도로 뚱뚱하고 비만인" 상태였다. 앤은 워낙 뚱뚱해진 나머지, 혼자서 계단을 오르내리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결국 윈저 성에 있는 여왕 방의 바닥에 뚜껑 문을 낸 다음, 도르래와 승강기를 이용해서 그곳에서 아래층의 알현실까지, 연신 흔들거리고 움찔거리며 우아하지 못하게 오르내려야 했다. 정말이지 볼 만한 광경이 아니었을까? 여왕이 사망했을 때에는 "거의 정사각형"인 관에 넣었다. 그녀보다 더 유명하고 덩치가 어머어마했던 사람은 섭정 왕자, 즉 훗날의 조지 4세였다. 소문에 따르면, 그가 코르셋을 벗으면 툭 튀어나온 배가 무릎까지 늘어졌다고 한다. 나이 마흔살 무렵에 그의 허리 둘레는 무려 4피트가 넘었다.(106)
사실 위생이나 부엌의 상태, 먹거리.... 이런 얘기들을 읽다보면 몇백년전이나 몇십년전이나. 아니 어쩌면 지금 현재에도. 근데 뭐, 벌레를 먹었다고 죽는건 아닌데..라고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