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다 - 우리 시대 전태일을 응원한다
하종강 외 지음, 레디앙, 후마니타스, 삶이보이는창, 철수와영희 기획 / 철수와영희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너는 나다,라는 책을 받은 날 인간에 대한 예의라는 강론글을 읽었다. 용산참사와 관련한 시국미사에 참례한 사제의 이야기였는데 미사가 있었던 성당의 주임신부님은 비록 함께하지는 않았지만 미사를 끝낸 다른 사제들을 위해 빵과 음료수를 준비해두고 있었다는 뭐 그런 이야기. 생각과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함은 똑같은 것이기에 가능한 것이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인간에 대한 예의가 내게, 당신에게, 우리에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바빴다는 핑계로 날짜가는 걸 몰랐다고 하지만 2010년 11월 13일, 어제가 전태일 열사의 사십주기였음을 잊고 있었음에 대한 변명은 할수가 없다. 전태일, 그가 뭐 대단하냐고? 당신이 전태일에 대해 안다면 결코 그런 말을 할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대학에 입학하고 그에 대한 글을 읽었을때 나는 그의 위대함을 제대로 느껴보지 못했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달라 외치며 분신자살을 한 그는 살신성인의 느낌은 있었지만 내게는 현실적인 느낌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살아온 세월이 쌓여갈수록, 인간에 대한 예의가 절실해질수록, 내가 타인의 아픔과 고통에 무뎌져가는 걸 느끼게 될수록 전태일이 얼마나 위대한 사람인지 알것만같다. 그같은 사람은 또 찾기 힘들것이다.
그는 세상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정말 세상을 사랑했고, 우리 모두를 사랑했다. 이 세상의 모든 전태일을 위해 자기 자신을 제물로 바친 그의 사랑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시대의 전태일을 응원한다는 부제가 달려있는 '너는 나다'는 전태일 열사의 사십주기를 기념하며 4개의 출판사가 공동기획하여 출판한 책이다. 실제 이름이 전태일인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며 또 하나의 전태일을 만난다. 나태일과 전태일의 만화를 통해 이기적이고 자신만 아는 이들의 냉소적인 비난이 당치않은 것임을 말해준다. 열사 전태일이 그저 사람을 너무도 사랑했던 사람일뿐이라는 것이다. 내가 배고프면 타인도 배고픔을 느낄것이고 내가 노동의 고됨에 힘들어하면 타인 역시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진정으로 체험하고 아는 사람은 드물다. 사십년전 전태일이 그토록 친구가 되고 싶어하던 대학생은 지금 넘쳐나지만 그들 역시 힘들게 살아가고 있을뿐이다. 청년실업이 사회문제가 되어가고 있고 그들의 생존을 위한 노동은 고되기만 하다.
이 책의 네번째꼭지는 청소년에게 쉽게 풀어 이야기하듯 설명한 하종강의 노동백과이다. 직장생활을 2,3년쯤 하게 되면서 서점에 꽂혀있던 근로기준법을 사들고 읽으면서 그 옛날 자신의 몸을 불사르며 근로기준법을 지키라고 외쳤던 전태일 열사의 그 마음을 아주 조금은 알것만 같았던때가 있었음을 기억한다. 슬픈 현실이지만 그로부터 십년이 더 지나도록 노동현실이 많이 바뀌지도, 노동법이 더 나아지지도 않았다. 물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태일 열사의 사십주기를 기념하는 그날 나는 현실의 벽이 얼마나 견고하고 높은지를 깨달아야 했다. 지금 내가 이 벽 앞에서 느끼는 분노와 절망이 이러한데 사십년전의 그는 어떠한 마음이었을까.

책의 첫머리에서 손아람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지금 잘 살고 있습니까?'
... 다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생각하게 된다. 나의 노동은 고귀하며 값진 것이고 당신의 노동은 값싼 싸구려다,라는 생각을 버리자. 노동만큼 신성한 것은 없으며 그것은 우리 모두가 더불어 함께 살기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잊지말자. 노동하는 인간에 대한 예의는 인간의 존엄성만큼이나 소중한것이다.
지금 나는 그것을 제대로 깨닫고 있는지, 노동하는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있는지... 그저 사람을 너무도 사랑했던 전태일의 그 마음을 닮아가려고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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