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을 켰는데 모 사이트에 기사가 하나 떠있다. 제목을 보는 순간 무슨 내용인지 알았는데, 그 표현이 참... 

동성애를 다뤘다고 이목이 집중되었던, 아니 집중되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제주도 곳곳에 그들의 흔적이 널려있다고 하지만 내가 실체를 본 적은 없다. 며칠전 그 드라마 촬영섭외가 성당으로 왔다면서 시간나면 구경하고 가라는데, 누군가의 언약식이 촬영될거라는 얘기를 듣고 그거 혹시 동성애자들의 언약식 아니겠냐고 물어봤다. 드라마의 내용상 언약식은 그들밖에 없는데 말이다. 

그런데 그 성당 신부님은 드라마를 안보셨나보다. 촬영협조에 응하기는 했지만, 나중에 만일 동성애자들의 언약식이라면 성당 - 그러니까 종교적으로 표현하자면 거룩한 성전을 빌려줄수는 없다는 뜻을 내비치셨다. 내가 듣기로는 신부님께 성당협조를 구할때 그 내용에 대한 언급은 없었고, 신부님으로서는 당연히 촬영협조를 할 수 없다고 했겠지. 신부님 입장에서는 성당에서 굿판을 벌이겠다고 하는 것과 같은 뜻이었을테니까 말이다.

 그 언약식이 극중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면 드라마 촬영팀은 다른 장소를 물색해 재촬영을 시도했어야 한다.  중간의 사정이 어떠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재촬영은 없었고 성당에서 촬영한 부분은 통편집되어 사라졌나보다. 드라마에서 그 내용이 편집되었다면 장소섭외를 제대로 하지 못한 촬영팀의 문제가 더 큰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그것을 성당의 압력이라거나 쫓아냈다고 하다니... 그 무슨 망발인가.   

공식적으로 천주교는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다. - 공식적이라고 함은 아무리 아버지 하느님이 동성애자들을 당신의 품에 끌어안는다고 하더라도 성서말씀과 교리에 어긋나는 죄악이기 때문에 천주교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그들의 문제를 인권의 영역으로 생각하고 이해와 연민의 마음으로 바라본다고 하더라도. 

천주교 사제에게 교도권을 거부하고, 거룩한 성전에서, 동성애를 인정하는 내용의 드라마 촬영을 허락해야 한다고 우긴다면 그건 정말 어이없는 일 아니던가. 성당에서의 드라마 촬영은 단지 그들의 언약식에 아름다운 영상을 넣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면 신부님의 드라마 촬영 장소 협조는 거부할 수 있는 일이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그것을 뒤집어서 관용과 사랑을 베풀지 못하는 천주교라며 압력과 내쫓겨났다 라는 식의 표현을 쓰다니. 정말 기고만장한 작가다. 당신이 그리 대단한 작가인줄을 몰랐다. 간혹 드라마에서 '제주도 사람들은 그래'라는 식의 표현이 얼마나 거슬리는 표현인지 당신은 아는가? 풍습이나 문화에 대한 애정어린 이해라기 보다는 이곳 사람들은 다 그러니까 이해안되도 그냥 그런가 하고 말어, 라는 식의 표현으로 느낀다고 한다면 그건 또 드라마 작가인 당신은 글을 제대로 썼는데 잘못이해하고 엉뚱하게 받아들이는 나의 문제라고 비웃을건가?  

 

하나 더 말하자면, 성당 건물을 그저 건축물로만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교인이 아니라면 그저 하나의 건물일뿐이겠지만 천주교 신자들에게 성당내부는 하느님이 현존해계시는 거룩한 성전인 것이다. 그 거룩함을 우습게 보면 안되지 않는가.
옛날 박해때 천주교인을 가려내는 방법 중 하나가 십자가를 바닥에 놓고 밟고 지나가라는 것이었다고 들었다. 그저 나무토막일뿐일지 모르지만 교인들에게 십자가는 거룩함과 믿음의 상징이었다는 걸, 당신들은 그들이 바보라고 비웃고만 넘길것인지. 

평화를 이야기하는 천주교가 군종사제까지 두고 군대에 진출(!)하는 현실이, 집총거부를 하는 이단 여호와의 증인보다 더 나은것이 무엇인가 고민이 많지만, 여러가지 문제들로 천주교와 나의 신앙이라는 것에 대한 의문이 정말 많아지고 있는 나이지만, 드라마 작가의 오만한 발언은 참으로 기분이 언짢아진다. 상대를 바라보지 않고 그저 자신의 글이 짤린것에만 화를 내고 있다니. 성당이라는 것에 의미를 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럴듯한 배경을 원한것이었다면, 그래서 그 뜻을 이루지못해 화가 난 것이라면 정말 당신은 속좁은 사람이다. 동성애인 그들의 언약식이 정말 소중한 것이었다면 그들은 가까운 탑동바닷가라도 가서 그들의 언약식을 찍었어야지. 

 

내 글에 뭐라 태클걸지 마시길. 지금 이 문제는 내게 있어 나와 정치적 신념이 다른 누군가 내 집을 빌려 기자회견 하고 싶다는 걸 내친것과 똑같은 문제라고 생각하니까. 니 생각을 말하고 싶은 걸 막을 이유는 없어. 하지만 내 집에선 싫단말이지. 그게 내 속이 좁아터졌기 때문인가? 

 

 

  

 

 

 

 

 

 

http://blog.aladin.co.kr/lifewith_/1719837 

소녀, 소녀를 사랑하다 의 제목이 안떠올라 검색을 해보다가 발견했다. 이주의 리뷰로 적립금도 받았었네. 이거... 어째 이야기의 끝은 지자랑? 

이런저런 모든 걸 떠나서, 조금의 관심이라도 갖고 있다면, 사람이 사람에 대한 신뢰와 사랑을 갖고 있다믿는다면 세권의 책을 읽어보시길 권함. 아, 근데 이미 내 서재에 와서 이 글을 읽어볼만한 사람은 다 읽었는데 이제와서 이글을 덧붙이는건 별로다.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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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0-10-25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감합니다.
성당에서 그 씬을 촬영한다는 생각 자체가 어이없다고나 할까요...
예전에 시트콤에서 수녀복 찢는 장면도 상당히 불쾌하던데, 이것도 그렇고..
천주교 신자도 아닌 제가 이런 기분이 드는 걸 보면 치카님이 화를 내는 건 속이 좁아터졌기 때문이 아니라 상대주의와 관용을 이야기하는 이들이 오히려 남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꼬마요정 2010-10-25 09:58   좋아요 0 | URL
마지막 문장이 이상하네요..ㅡ.ㅜ 속이 좁아터진 게 아니라 당연한 거라고 이야기하려던 건데 왜 이런 문장이 나왔을까요??^^;;

chika 2010-10-25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동감의 댓글 감사합니다~! ^^

뭐, 신부님께 확인해보면 더 정확한 상황에 대해 알 수 있겠지만, 어쨌거나 주임신부님은 성당에서의 결혼식 장면을 찍는건가 생각하셨고, 대본을 받아들고 성당에서 기도한다,라는 정도만 알고 있어 촬영을 허락했는데 중간에 그들의 언약식이라는 것을 알고난 후 촬영협조를 거부했다고 하는군요.
주임신부님의 촌스런(죄송한말씀이지만.ㅎ) 반응이 어땠을지 떠올라 저는 웃기지만 당시 현장의 당사자들은 당황했겠네요. 어쨌거나 그 작가의 오만한 자아도취식 발언은, 동성애자에 대한 글조차 그들을 품어안는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리 아량이 넓다고 애써 포장하는 것 같은 자만이 느껴져 싫을뿐..입니다.
그 드라마 말고 '엠 아이 블루' 혹은 '두 엄마' '소녀, 소녀를 사랑하다'를 읽어보기를 권할뿐..이지요.

BRINY 2010-10-25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왜 하필이면 성당? 날라리 신자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chika 2010-10-26 09:05   좋아요 0 | URL
네. 화내는 작가의 자질이 의심스러울뿐입니다. 그저 자존심이 뭉개졌다는 오만함만 느껴져서 더 화가나는거지요.

2010-10-25 2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6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8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28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