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싫단말이지

세월이 약..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희미해지는 기억이 있는것과 비례하여 세월의 흐름에 더욱 또렷해지는 기억도 있기 마련이다. 

에둘러 얘기하기는 했지만, 예상대로 - 너무 예상대로 흘러가서 오히려 우스워진, 교리교사 건은 무산됐다. 짧게 줄여서 한마디로 하자면 '교리교사는 필요없다'의 뜻인데 그 뿌듯해하는 신부의 얼굴이란. 

오늘 오전의 기분으로는 앞으로 더이상 교리교사를 하면 안되겠구나 였다. 이 더러운 기분으로, 열심히 하고자 하는 소명감도 쓰레기통에 처박아 던져버렸고. 

지금 현재 3개월정도는 틴스타성교육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교육만이 주일학교의 전부라고 하면 안되는거였다. 아이들과의 소통이라는 것이 함께 미사도 하지 않고, 아이들과 한주간동안 어찌 지냈는지 농담처럼 한마디 던지면서 조금씩 그 마음을 열어가는 것이라는 것도 모르고 사목이라고 자신이 우위에 서 있다고 믿는 그런 신부가 이 교회의 현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에 화가난다. 

내 상황에 대해서 얘기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함께 잘 해보자가 아니라, 올해는 필요없고 내년 교리교육을 준비해야 하는데...내년에라도 함께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그냥 그것으로 끝이다. 올해는 필요없다. 속에서 자넨 내년에 떠나고 그 이후의 주일학교는 상관없다 라고 말하는 것 처럼 들리는데? 라는 말만 되내이다 그냥 관뒀다. 내가 댁하고 얘기를 해 봤자 내 기분만 더러워지지. 대화라는 것도 상대방의 변화가능성과 나 자신을 존중해주는 사람인 경우에 가능한 것이지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에게는 빨리 그 시간을 끝내버리는 것이 낫다. 

뭐.. 지금 교리교사를 할 필요없다면서 하고 싶다면 아이들이나 면면을 익혀두라고한다. 정말 어이없다. 교사하고 싶으면 나 스스로 알아서 지금 아이들을 알고 지내라고? 우리 본당 신부인 당신은그래서  우리 아이들을 알지 못하니 아예 만나지도 않고 인사를 나누지도 않는거였나? 

올해 중학교1학년인 애들만 빼고 나머지 애들은 다 알고 있으니 그런건 상관없다고 해 줬다. 그 말에 대한 반응은 뭐였었지? 그래.. 반응이 없었다. 내가 작년까지 교사를 했다고 말했는데도, 그래서 아이들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거였는데도 당황하고 놀랐지? 무릇 교리교사란 그런건 기본이란걸 모르셨나? 
올해 고3이 되어 미사만 나오는 녀석도, 재수를 하고 있는 녀석도, 십년 전 교리를 가르쳤던 녀석뿐 아니라 교리반 출석은 한번도 안했지만 교리반 녀석들의 또래 친구도 알고 그녀석들이 지금 청년회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도 다 알고 있는 나를, 너무 우습게 알았어.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 교리교사들을 너무 우습게 알고 있어. 

내년에 그 신부가 떠나면 그때 교리교사를 하라고 하지만, 내년에... 오늘 느낀 보좌신부에 대한 반감을 잊을 수 있을까? 

미사 끝나고 마주친 주임신부님께서는 내게 먼저 교리교사 하기로 한 것 아니냐라고 하셨는데. 우스워졌다. 나뿐만 아니라 주임신부님마저도. 내가 또 찾아뵈서 할말도 없으니 보좌신부에게 툭 내던졌다. 주임신부님께서는 내가 교사하기로 한 것으로 아신다고. 그랬더니 자기가 다시 의논드린다고 한다. 뭐? 의논? 댁이 정해놓고 교리교사가 필요없다고 내쳤으면서 주임신부님께는 의논한다는 표현을 하다니. 나 이러다가 또 뒤통수 맞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내가 구구절절이 변명하고 설명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그냥 흘러가는대로 놔둔 일들이 나만 나쁜놈으로 만들던데. 설마 내가 먼저 교리교사 할 맘이 없는 것으로 표현하며 말하지는 않겠지? 그래, 그정도까지는 아닐꺼야.  

내년이라고 해도 준비를 하려면 지금 보좌신부 있을때 모든 기획안이 올라가고 같이 준비를 하게 될 텐데. 그렇다면 내게 내년이란 없다. 교구 청소년사목위의 행사계획도 안잡혔는데 올해 처음 맡은 경력 2년차 교사에게 내년도 기획안을 짜라고 말을 할때부터 느꼈어야했어. 카리스마가 아니라 그냥 자기 고집을 부리는 독재자형 사제라는 걸. 이제 겨우 4년차인 그 신부는 십년 후 뭐가 되어 있을까? 그래, 알어. 여전히 신부겠지. 내 말은 어떤 사제가 되어 살아가고 있을까라는 물음인게지. 반년후에는 우리교구에서 볼일이 없어 다행이다. 훗, 하긴. 주일미사도 교중미사엘 가면 얼굴 볼 일도 별로 없겠다만. 

 

교리교사를 하고 싶어 맘이 갈팔질팡 흔들릴때, 오늘의 기분을 떠올리며 관 두기 위해 글을 올린다. 내년엔 잊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잊지 말아야겠구나 라는 오늘의 내 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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