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나는 '탐닉'한다,는 뜻을 잘 모르겠다.
생각보다 두툼한 이 책이 무조건 좋은 건, 저 표지를 장식하는 많은 사람들이 내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고 그들의 인터뷰를 읽다보면 훨씬 더 좋아하게 될 사람들이기 때문이리라.
어제 저녁, 너무 피곤해서 열두시를 조금 넘겼을뿐인데 읽겠다고 펼쳐든 책을 바닥에 마구 떨어뜨리며 졸고 있어서 그냥 책을 덮고 잤더니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눈이 말똥거리며 다시 잠들지를 못했다. 그래서 이 책을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는데...이들이 안에 담겨 둔 이야기가 너무도 깊어 괜히 눈물이 난다. 주말동안 이 책을 탐닉할 수 있다는 생각에...조금 들떠있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자신의 잘못을 잘 수긍하지도 않고, 덩치도 큰데다가 무뚝뚝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학생들이 왜 자신을 무서워하는지 모르고, 아들 크리스토퍼가 왜 자신을 피하는지도 모른다.
올리브 키터리지가 사는 소금기 어린 바람이 불어대는 바닷가 동네의 사람들은 왠지 다 어긋난 사랑을 하고 있고, 그 어긋남으로 인해 삶이 실패한 것 처럼 보이고 서로를 미워하고 포기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녀는 남편을 사랑했고, 아들을 사랑했고, 이웃들도 사랑했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그녀의 이웃들 역시 다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 우리의 삶은 잘못을 범하기도 하고, 어긋나버리기도 하며 실패도 하고 좌절도 하며, 어느 누구의 삶이든 다 그만의 삶의 파도를 가지게 된다.
올리브 키터리지가 무뚝뚝하고 고집이 세고 무섭고 표현을 잘 못하지만, 강인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잘 알아주고 이해한다. 그것이 그녀의 사랑의 방법이고 사랑의 표현이라는 것을 이해해주면 되는 것이다.
"독자들이 인간의 인내력, 여러 난관에 부딪혔을 때 사랑의 인내력에 경이를 느끼기를 바랍니다. 일상적인 매일의 삶이 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존중할 만한 것이라는 점도요. 또한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 독자들이 더 큰 이해를, 또는 전과는 좀 다른 이해를 갖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쉽게 재단하고, 자신이나 남에 대해 쉽게 변명을 하느라 고통을 받지요. 그런데 저는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실망시키는 과정에서 우리 모두 대략 비슷하구나, 하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는 것, 그리고 인간은 누구나 실패하고 성공한다는 것을요."
이 위대한 인생찬가가 좋아진다...
나를 보고 놀라지 마시라,라니. 이건 또 책제목이 왜 이런가.. 싶었지만 이 책의 내용을 보면 그 말에 수긍이 가 버린다.
케빈이 거리를 지나치면서 사람들의 모습을 찍었는데.. 사실 서 있는 이들이 쳐다보기만 하는 것 자체도 위압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
http://abcnews.go.com/2020/Story?id=3957287
누군가 올려 준 저 링크를 따라가 보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어질 것...이다.
위대한 인생찬가는 이렇게 지금 이순간에 살아가고 있는 그 누군가의 삶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기도.

덧.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나 1984는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그의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은 생소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의 자전적 소설이고, 그 내용은 파리와 런던에서 하루 열일곱시간의 접시닦이 노동을 하고 굶기를 밥 먹듯이 하고, 빈민구호소를 전전하며 생활하던 그때의 기록이다.
"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난다. 무척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이다...나는 마리오나 패디나 좀도둑 빌 같은 친구를 우연한 만남이 아니라 가까운 친구로서 사귀고 싶다. 접시닦이라든가 떠돌이, 강둑 노숙자들의 영혼이 진정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고 싶다. 현재로는 빈곤의 외각 이상을 본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