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이 더 이상 성탄이 아닌 줄 알았더랬다.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고, 엄청 열받고 화나고 마구 쏟아부어버리고 싶은 것들이 안에서 치밀어 올라와서 도저히 즐길수가 없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재미있었다고 하니 거기서 보람을 찾아야지.  

하지만. 

교리교사를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내뱉지않고서는 못버티겠다. 앞으로의 1년이 너무너무너무 두렵다. 

나도 도저히 바뀌지 않을 사람에게는 기대하지 않고 포기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성질머리를 보니 조화롭게 일을 해나가기 힘들겠는데 그 악몽같은 기간을 어떻게 버티라고? 

 

아, 흥분하기 시작했다. 얘기가 딴데로 튀고 있네. 

 

아침에 출근했다가 성당으로 퇴근하고 새벽세시반에 들어와 네시에 잠들고 여덟시 십분에 일어나 사십오분에 성당에 도착하고 저녁 여섯시에 들어오고 ........ 오늘까지 강행군이었다. 오늘은 아침에 성당갔다가 (자기에게는 미리 얘기도 안한다고 바쁜사람 붙잡고 늘어지면서 화만내던 그분께서 평가회의한다는 얘기를 미사중간에 툭 내뱉듯이 말하면서 얘기하는거 잊었던가? 하더니 별로 미안한 기색도 없이 미안한데 초등부선생님들은 다 나왔으니 그냥 해,라고 한다. 젠장!$#$#%@($&*%&)!#$ 

덕분에 미사 끝나고 평가회의 끝나고 중고등부교사회의 끝나고 뛰어서 화장실 한번 다녀오고 오늘 있었던 성당행사에 차출되어 있다가 집에 들어오니 배에서 꼬로록거리더라. 오후 5시에 아침점심저녁을 한꺼번에 해결. 내가 조금만 더 어렸어도 체력이 됐겠지만 지금은 정말 죽을맛이다. 밥먹고 누웠다가 정신없이 잠들었다. 집에 내려온 친구도 못만나고. ㅉ 

사무실에 출근해서 8시간 일하는 건 생계비라도 번다치고, 빨간날 쉬지도 못하면서 8시간을 성당에서 지내야 한다는 건 악몽이다. 애들처럼 추억을 만든다거나,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는것도 아닌 내가. 쉬지도 못하면서 그런 생활을 한다는 것은... 그래도 내게 뭔가 삶의 기쁨이라거나 보람이라거나 아무튼 그런 뭔가가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젠 즐겁지 않고 계속 부딪치며 맘 상하게 될 그분께서 목청을 높일꺼라는 생각만으로도 치가 떨려버린다. 이노릇을 어찌할꼬. 

 

 

아, 그래도 큰 행사가 지나갔다. 그동안 패죽여버리고싶은것들이진짜많았지만무사히아무도죽이지않고다끝났다다행이다
크리스마스카드를쓰려고온갖재료를다준비해놓고있었지만잠잘시간도모자란판국이라아무것도못했다이제그냥쓸쓸히방청소나열심히해야지그래도뭔가섭섭하니...겡끼데스까,한마디만적힌엽서쪼가리를받아도좋다는분주소를적어주시면짬짬이안부카드를보내드리겠소. 

 

그동안쌓인얘기를털어내자면삼박사일로도모자랄판국이지만깔끔하게끝내야겠다.아무튼부디제발반드시꼭이천십년은즐겁게보낼수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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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12-28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님 이천십년은.
새해에는 우리 다같이 복작복작거리지 말고 좀더 여유와 희망을 꿈꿔요,
님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