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책을 그냥 버리는 것은... 뭔가 귀한 것을 마구 버리는 것 같아서 몽땅 싸안고 있었다.
그런데 도저히 안되겠어서, 내가 살고보자는 심정으로 책을 던질 궁리를 하기 시작했다.
옛날의, 그러니까 세로쓰기에 누런색을 넘어서 까맣게 변해가고 있는 죄와벌이라든가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이라든가...는 눈 딱 감고 버리기로 했다. 번역이 꽤 좋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쩌겠는가. 내게는 깔끔한 열린책들의 도스도옙스끼 전집이 있는걸.
아, 앉아서 허리를 세웠는데 아.프.다. 방은 아직 반정도도 안치운듯하다. 감귤선과장에 온것도 아닌데 저 노란 컨테이너박스들이 귤을 까먹고 싶게 한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 한달정도 후면 조생노지귤이 나오기 시작하겠지. 이제 또 손끝을 노오랗게 물들일 계절이 돌아온게다.
아무튼.
책들을 어쩔까... 하다가 문득 중고샵이 생각나서 깨끗한 책 몇권을 넣어봤더니 판매하기가 된다. 아이구~ 알라딘에 덥석 팔아넘기고 만팔천원이나 생길 예정이다. 더 많은 책을 팔아먹을 수 있었을텐데 사실 그럴정신머리가 없다. 내일도 모레도 나는 퇴근후 노가다신세일뿐. ㅠ.ㅠ
분명 누군가는 관심을 가질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도 필요하다고 하지 않으니, 이젠 정말 과감히 던져버려야겠다. 바닥걷어낼 때 재활용품 걷어가는 아저씨가 오신다니 그때 버릴책도 같이 들고 가시라고해야지. 아, 재활용으로 팔아도 한권에 백원은 넘는디.... ;;;;;;;;;;;;;;;;;;;;;
책정리를 하면서 느낀건데... 역시 내가 제일 아끼는 건 만화책인듯하다. 먼지낀 장갑으로 책을 털어내다가 드디어 '바람의 검심'이 나오자 드러운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책을 정리했다. 흐~
그리고 책 정리하면서 몇년만에 슬램덩크 완전판의 박스 뒷면에 슬램덩크의 한 장면이 그려져 있는 걸 봤다. 어디에 박혔는지 심각하게 찾아봐도 발견못했던 박훈규의 오버그라운드여행기도 발견.
......... 졸려.
이제야 정리를 끝내고 머리를 감았더니 심각한 문제발생. 머리를 말리지 않고 자면 내일 하루종일 머리가 근지러울텐데, 어쩌지? 내일은 또 성서공부. 성경도 읽지 않는놈이 무슨 공부를 한다고... ㅠ.ㅠ
.......................정말졸려. 오늘도, 아니 벌써 어제던가? 사무실에서 자판치다가 눈떠보면 시간이 흘러가 있고.
아, 어쨋든 결론. 책을 버리는 것이 나쁜짓인것만은 아닐거다. 그렇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