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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배반한 역사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박노자님의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이 먼저 떠오른다.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한 재인식의 체험은 말 그대로 충격적이었다. 그래서인가... 어째 '나를 배반한 역사'라는 책의 제목은 그닥 맘에 드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너무나 큰 기대를 해 버려서인지 책을 읽어나가는 중간 중간, 이렇게 끝인가, 라는 생각마저 들어버리는 것이었다.
책을 다 읽고나서 아무래도 내가 이 책을 제대로 못읽었지..라는 생각에 리뷰 쓰기가 망설여진다. 그렇지만 내가 서평을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에 내가 이해한 만큼만이라도 적어보려고 책을 슬쩍 되짚어 보며 생각해 본다....왜 '나를 배반한 역사'라는 제목을 택하였을까?
역사속에서 개인의 한계는 이해가 되지만 그것이 곧 그 개인의 잘못된 역사 인식의 한계를 인정한다는 말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라고 이해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잘못된 것들은 냉철하게 비판하고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못한 우리의 역사이기에 그래서 '나를 배반한 역사'라 한 것일까?
왕조사 중심의 교과서로 해야만 했던 국사수업시간에도 선생님은 우리에게 갑신정변의 의미를 뒤집어 설명해주셨던 기억이 있기에 역사란 내게 '배반'이라는 느낌으로보다는 우리 역사의 흐름에 안타까운 마음만 가득했었는데... 시대적 상황과 개인의 사상과 세계정세 파악의 한계... 그러한 것들로 인해 비틀거리며 흘러가야 했던 우리의 역사...
책을 되짚어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진실'이라는 것. 그리고 역사에서 소외된 삶을 살지 않을 수 있는 참된 개인주의를 실행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
내가 역사의 주체라는 것, 그것은 곧 나를 배반한 역사란 말이 우리 근대사의 뼈아픈 진실을 말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면 앞으로 내가, 우리가 이뤄나갈 역사는 모두가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자랑스런 '우리들의 대한민국'이 되리라는 것을 생각한다.
이제 어렴풋이 '나를 배반한 역사'의 뜻을 새겨보았으니.. 잠시 여유를 두고 이 책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할 듯 하다. '독립신문이 제국주의 침략을 옹호했다니 믿기힘든걸' 이라든가 '도산 안창호가 극단적 지역감정을 갖고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야..' 라는 가벼운 책읽기가 아니라 역사속에 배어있는 그 모든 것들의 '진실'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참된 개인주의자로서 주체적인 삶으로 역사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