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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 미국 인디언 멸망사
디 브라운 지음, 최준석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어렸을적 세계사 수업시간에 성조기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하나 하나 합병과 연합을 이루어가며 성조기의 별이 하나씩 늘어나 쉰 하나가 되었다..는 얘기였던가. 상식을 키운다는 생각에서였는지 참 재미있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미처 몰랐었다. 그 별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침략과 억압과 강탈이 있었을거라는 사실은...
이 책을 읽으며 자꾸만 섬에서의 4.3 사건이 떠올랐다. 미제국주의자들의 침략... 지금의 미국은 인디언들이 살던 북아메리카를 침략하여 빼앗은 것으로부터 역사를 시작하고 있구나..라는 생각, 평화롭던 아메리카 땅에 들어가 그처럼 무자비하게 약탈을 하여 쉰이 넘는 별을 핏빛으로 장식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오십여년 전 이 땅에서도, 제주의 4.3 때도 미군정은 섬의 초토화를 배후조종했다고 하는데... 그 침략성은 2003년, 21세기가 되어서도 여전히 이라크침략전쟁을 일으켰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입시교육에 밀려 주관적인 세계관을 갖고 세계사를 배워보지는 못했지만, 며칠동안 충격적인 사상처럼 느껴졌던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왜 우리가 동방인가, 지구는 둥글고 지축을 꽂으면 어느곳이나 세계의 중심이 될 수있다. 지금 우리가 배우는 세계사는 유럽인들 자신이 문화의 중심이라 자부하며 자신들을 중심으로 세계를 나눠놨을뿐이다. 우리는 우리가 세계의 중심이다라는 생각으로 역사를 이끌어가야한다...'는 말씀은 알게모르게 내 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친것 같다.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라는 이 책, 인디언 멸망사라는 책을 읽으며 다시한번 우리가 얼마나 침략자의 역사관에 물들어있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침략과 강탈이 없다면 세계는 공존할 수 있다. 아메리카 땅에 살던 원주민, 흔히 인디언이라 불리던 그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만큼만 가졌고 나눌 수 있는 모든 것을 공유하고자 하였다. 지금 우리가 원하는 평화는 그렇게 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책을 읽을까 말까, 이 책이 어떤 책일까... 한번 살펴보려고 행여나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르는 분들에게 들려주고 픈 말이 있다. 사람의 머릿가죽을 벗기는 야만적인 인디언을 기억하기보다는 자유롭게 태어나 평화로이 살다 땅에 묻히기를 바라던 한 인디언 추장의 이야기다.
[나는 바람이 거칠 것 없이 불어오고 햇빛을 가리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평원에서 태어났다. 그곳은 울타리도 없고 모든것이 자유로운 숨을 쉬는 곳이다. 벽 안에 갇혀서 죽기보다는 거기서 죽고 싶다. 나는 리오그란데 강과 아칸소 강 사이의 모든 시내와 숲을 안다. 나는 그 지역에서 사냥하며 살아왔다. 나는 우리 아버지들처럼 살아왔고 그들처럼 행복하게 살아왔다.
내가 워싱턴에 갔을 때 백인 큰아버지는 내게 코만치족의 땅은 모두 우리 것이어서 아무도 우리가 그곳에 사는것을 훼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당신들이 우리보고 강과 태양, 바람을 버려두고 집안에 들어 와 살라고 하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우리에게 들소를 포기하고 양을 기르라고 하지 말아라...... 그러나 이제는 너무 늦었다. 백인이 우리가 사랑했던 지역을 차지했고 우리는 다만 우리가 죽을때까지 초원을 떠돌아다니기를 원할 뿐이다]
-암파리카 코만치족의 파라와사멘(열마리곰), 본문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