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변함없이 두녀석과 함께 한 교리시간.

10년후의 모습을 쓰라는 것은 - 논술이 아니라! 애들은 모든 걸 논술이라 생각하고 있다. 짜식들, 나와 삼십분 이상 얘기하다보면 내가 얼마나 비논리적인 농담만 하는 줄 알텐데, 3년이 되어가는데도 모른다 ㅡ,.ㅡ
- 단지, 10년 후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는 희망사항을 적는것과는 달리 10년후의 모습을 실제로 떠올려보고 그 꿈을 현실화 시킬 수 있다는 확신과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생각해보려는 뜻이다, 라고 말하면서

문득

나 자신은 어떤가... 반성해버리게 되었다.
십년 전, 노트 한 권을 마련하고 나는 영어를 아주 잘하고 캐나다 여행을 떠나겠다,라는 결심을 적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영어는 여전히 죽을 쑤고 있는 수준이고 캐나다는 관광여행을 다녀오긴 했다. 아, 또 가야지,라는 결심을 다시 하기는 했지만.
십년 후에도 나는 여전히 외국어의 죽을 쑤면서 머리 쥐어짜고 있을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11th hours를 보고 싶다고 구해달라고 하면서 정작 나 자신은 그걸 찾아보지 못한다. 사실 오래 전에 메일 한 통을 받아본 것 같기도 하다. - 받아본 것 같기도, 라니. 같기도의 개그도 아니고. 그래, 분명 받았다. 하지만 스팸통에 버려진 그 메일의 내용은 전부다 영어로 쓰여져 있어서... (으으윽) 그냥 대충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전세계적으로 개봉관을 잡지 못하고 있는데 개봉관을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걸 내가 어떻게? 그리고 또 다른 내용도 있었지만 내가 알게 뭐야. (물론 내용을 ㅡ,.ㅡ)

그래, 나는 폼나게 영어를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오호라~!) 디카프리오의 환경다큐도 폼나게 보고 싶다. 그리고 ... 이유가 참으로 단순소박(한건지 유치하고 어린건지 모르겠다만)의 부끄러움이 생긴다. 많은 이유가 참으로 이기적인 재미를 위한 것이구나. 내가 왜 이 글을 쓰기 시작했지?

십년 후 내 모습은 어떨까.
오늘 미사때 성체분배를 하는 형민이를 보니 뭔가 맘이 뭉클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그런 마음이었다.
중학교 1학년 꼬맹이가 깜댕이라고 놀리면 부끄러워 손으로 얼굴 가리면서 웃기만 하곤 했었는데 이제 부제품을 앞두고 있고 내후년이면 사제가 된다. 아이들은 그렇게 커가고 있는데 왜 나 자신은 돌아보지 못하는건가.
얼마전 같이 성당 청년회를 하던 녀석이 내게 하나도 안변했다는 말을 했다. 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말뿐이다. 하나도 안변했다. 언젠가부터 하나도 안변했다는 말이 무지 부끄러웠는데, 여전히 나는 부끄러운 말을 들을 뿐이구나.

다시 노트를 준비해야겠어. 여전히 죽쑤고 똑같이 구겨진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난 노력하는 자이고 내 인생의 계획을 세우는 미래지향적인 사람이다. 이제 시작인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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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8-06-22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이제 시작입니다. 10년후의 멋진 치카님 기대할께요~~
오늘은 주일학교 아이들과 인라인 스케이트장에서 즐겁게 놀았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한주~~ 행복하시길!

chika 2008-06-22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
그나저나 인라인 스케이트라니요, 역시 세실님은 노는 물(!!!)이 저랑 달라요오~ ^^
세실님도 행복한 한 주! ^^

세실 2008-06-23 10:02   좋아요 0 | URL
푸하하 저는 안타고 애덜만 탔어요. 발목이 아파서 인라인 못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