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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시의 마법사 - 그래픽 노블, 2026 휴고상 수상작
프레드 포드햄 지음, 이수현 옮김, 어슐러 K. 르 귄 원작 / 책콩(책과콩나무) / 2025년 9월
평점 :
르 귄의 작품을 좋아하지만 아직 많은 소설을 읽어보지는 못했다. 어스시의 마법사 역시 뒤로 미뤄둔 책인데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조금 더 접근이 쉬운 그래픽 노블을 먼저 펼쳤다. 마침 26년 그래픽노블 휴고상을 받았다고 하니 괜히 더 맏음이 가기도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래픽노블을 보고 아주 조금 후회를 했다. 모비딕의 그래픽노블이 그렇게 좋았던 것은, 내가 이미 모비딕 소설을 읽었으며 그래서 그래픽노블의 그림과 그림 사이의 행간에 담겨있는 글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간과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까 르귄의 어스시의 마법사를 읽고난 후 프레드 포드햄의 그래픽노블을 읽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마법사가 눈속임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돌을 다이아몬드로 변화시키며 자신의 안위와 재물을 탐내는 시대가 아니라 마을을 위협하는 용을 물리치고 비바람을 다스리며 사람들을 보호하는 위대한 존재인 그런 시대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그런 마법의 시대에 살아간 게드의 일대기를 그려내고 있다. 철없는 어린 시절 마녀로부터 마법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자연의 위험으로부터 마을 주민들을 구한 것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주며 마을에서 쫓겨나다시피 떠나 본격적으로 마법사의 길을 걷게 된다.
헛된 자존심으로 어둠을 불러내고 그로인해 자신의 그림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지만 현자의 가르침과 진정한 친구의 우정으로 역경을 극복하며 마침내 자신의 그림자와 마주하여 어둠을 물리치게 되는 이야기가 누군가의 말마따나 정말 아름다운 그림과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 그래픽 노블을 읽기 전에 르귄의 원작소설을 먼저 읽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이유는 어스시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의 감정선과 현자의 가르침, 게드의 깨달음에 대해 조금 더 섬세하게 이해를 하고 그래픽 노블을 봤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그래픽노블을 읽고나니 르귄이 글로 써내려간 어스시의 마법사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이 위대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의 더 장대한 서사가 궁금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가지 아쉬움에 궁금한 점은 그래픽노블의 원작 수채화 그림이 번역된 책의 채도와 같을까,인 것이다. 어둠속에 등장인물의 형태가 흐릿하면서도 명확히 보였으면 좋겠는데 뚫어져라 쳐다봐도, 옛날 해적판으로 복사된 저품질의 비디오 화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그리 좋지는 않아 원작그림이 더 궁금해졌다. 몇몇 장면에서 인물의 표정과 감정선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좀 아쉬웠는데 그것이 원작자의 의도같지는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