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사망신고서도 제출했고, 날마다 조금씩 필요없는 짐들을 빼고 있는 중이다.
더운 여름에 땀 흘리며 집 정리하기는 힘드니, 여름이 지나면 본격적으로 하나하나 해보겠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그동안 어머니 돌보느라 다른 것에 신경 쓸 틈이 없어서 몰랐는데 왜 이렇게 방치된 것들이 많은지.
한달쯤 지나면 갑작스러운 현실감에 감정이 몰아칠 수 있다고 하더니, 정말 하나씩 주변 정리가 되면서 이제 집안 정리를 하려고 하니 온갖것들이 다 떠오르고.
사실 며칠 전 어느 순간에는 오늘은 어머니에게 뭘 해서 드리나, 라는 생각이 스치면서 마음 한쪽이 살짝 뭉개지는 느낌이었다.
어제는 어머니 친구분이 전화를 하셨고. 어머니 절친인 삼춘은 어머니가 혼자 다니기 힘들어하실때부터 가끔 모시고 댁에 찾아가 같이 인사를 드리고 어머니와 통화가 안되면 내게 전화를 거시고 안부를 묻는 분이신데.
어머니 돌아가시고 난 후, 차마 그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피하고만 있었다가 결국 어제는 통화를 했다. 그래도 사실대로 말을 못하고. 어머니가 전화통화를 하실 수 없으시며 나는 이제야 퇴근을 하는 길이라고 했더니, 또다른 동창 친구의 사망소식을 전하며 어머니에게 안부를 전하셨다. 둘이 손잡고 같이 가자, 라는 말씀을 나누시는 걸 들었어서... 그냥 전화 한 통으로 절친의 죽음을 전할 수 없겠다라는 생각은 자꾸만 거짓말을 하게 만들고 있다.
마당에 길게 뻗은 덩굴을 잘라 정리를 하고, 구석에 쌓여있던 먼지를 털어내고. 이제 쓸모없게 된 두달분의 약을 폐기처분해야하고. 어머니 드시라고 받아 온 반찬들... 냉장고에서 꺼내 다 버려야하는데.
머리속에서는 해야할 일들이 넘쳐나는데 막상 집에 가면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문득문득, 내가 잘못한 것들이 나를 치고가며 힘들게 할 때, 그래도. 고통속에 병실에서의 삶보다는 편하게 가셨음을 떠올리며,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죽음이라는 것이 내 잘못일수만은 없음을 되내인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뭔가 잘못해서 어머니가 더 빨리 돌아가셨다는 생각을 온전히 뺄수는 없지만.
......
어머니는 나를 탓하지 않으실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