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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 비어 있나요? - 피렌체, 사람, 그리고 나…
Tamara(김유경) 지음 / 초비북스 / 2026년 5월
평점 :
청담동에서 명품 브랜드를 담당하며 치열하게 커리어를 쌓아 온 워킹우먼,이라는 설명에서 잠시 책에 대한 관심을 접을까 싶었다. 내가 살아 온 세상과는 다른 - 물론 모두가 다 자신만의 각자의 세상을 마주하지만 그와는 좀 결이 다른, 커리어를 강조하는 설명에 괜히 궁금증이 좀 사그라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뭐, 서울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라 저 멀리 피렌체, 거기에다가 한국사람들만이 아닌 그녀가 만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하니 슬그머니 궁금증이 올라온다. 에세이를 좋아하는 것도, 유퀴즈온더블럭과 인간극장을 좋아하는 것도 다 사람들의 다양한 삶과 세계가 담겨있어 기쁨과 슬픔을 나누기 때문인 것처럼,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으면 적어도 지루하지는 않겠기에 졸린 오후 책을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답안지를 밀려 써 시험을 망치고 차선책으로 이탈리어학과를 선택했다가 우연찮게 이탈리아를 가게 되고 - 우연찮게 라고 표현했지만 그녀의 의지가 아니었다면 이탈리아까지 갈 수 있는 기회는 없었을 것이다 - 결국은 지금 피렌체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면서 자신의 삶과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도 쓰게 되었다.
졸음을 깨 볼까 하고 가볍게 들었다가 어느새 이야기에 빠져들어, 저자가 한국인이어서 '김치네'인걸까 싶었던 소제목의 정체도 알게 되었고, 조금 더 마음에 남는 에피소드는 어렵게 오지랖 부리며 숙소를 마련해줬더니 아주 당연한 것처럼 집주인에게 담요와 수건을 요구하는 것에 어이없어 하는 저자에게 리키부친 - 저자는 남편을 리키부친이라 지칭한다 - 이 그 사람이 요청하는 걸 선물로 주면 어떻겠냐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나 역시 순간적으로 그들의 행태(!)와 반응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수건을 요청한 한국인은 그것이 실례되는 일인 것을 전혀 몰랐다는 것을 알고 오해를 풀게 되었다는 것에 수긍이 되었다. 무례한 요청이라고 생각했지만 리키부친의 말대로 수건과 담요를, 그것도 아끼고 있던 것을 망설임없이 내어준 것으로 인해 가족 모두가 친해지게 되는 것을 보니 역시 좋은 마음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이끌어주는 것 같다.
이탈리아 여행을 할 때 느리고 답답하고 쉽게 할 수 있는 것을 어렵게 하고 손님이 엄청 밀려있는데 뜬금없이 주문받던 직원이 뒤돌아서서 잔돈을 헤아리고 있고, 로마에서 파리로 간 다음 한국행 연결편을 타야하는데 비행기 지연에 대한 안내도 없고...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호들갑 떨면서 빨리빨리를 외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조금은 여유롭고 너그러워지는 마음을 갖게 되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유모차에 탄 아이의 아이스크림을 옆에 있던 개가 홀랑 먹어버린다면 어떤 반응을 하게 될까, 생각해본다. 확실히 피렌체 사람들처럼 환하게 웃으며 개가 귀엽다라며 인사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렇지만 산책을 하며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기분은 좋아질 것 같다. 그래서 피렌체에 가보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