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자리 배치를 바꾸면서 창문이 열리는 자리로 왔다. 오후가 되니 밝은 햇살과 살랑거리는 바람이, 내가 앉아있는 자리를 사무실이 아닌 독서실 같은 분위기로 바꿔준다. 내 책상이 다른 직원들보다 조금 더 크고 파티션 높이도 높아서 창가쪽 구석에 앉아있으려니 혼자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 소외감보다는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요새의 느낌을 준다. 개인적으로는 대만족.

오후가 되면 안그래도 졸립고 일이 귀찮아지는데 요즘 부쩍 더 일하기가 싫어지고 있다. 

지브리 음악을 틀어놓고 - 물론 다른 사람들이 있으니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 그냥 멍때리고 있어도 좋을 시간이련만. 



어제 오후에는 잠깐 간식 타임이 있었더랬다. 드립커피를 내린다고 마시고 싶다면 텀블러를 갖고 오라고 해서 컵을 들고 대기하고 있었는데, 드립을 내릴 때 흔한 공식 - 그러니까 커피가루를 물에 살짝 불리듯 적셔놓고 물 양을 조절하면세 세번정도 내리는 것, 에 대한,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일반적인 드립커피를 내리는 '상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잔소리가 심하다며 버럭하는 것이다. 

흠... 이 사람은 뭔가 배우는 걸 싫어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완벽주의를 추구하는데 - 어쩌면 그래서 자기가 잘 알아서 하고 있는데 옆에서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간섭과 잔소리로 알아듣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예전에, 내 자리에 있는 간식중에서 낯선것들이 보이면 본인이 간식 준비할 때 참고하겠다면서 어떤 맛인지 확인해본다며 갖고 가는데 본인이 그러는 것은 더욱 완벽한 일의 완성을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다른 부서의 누군가가 행사때 늘 같은 도시락이어서 물리는 것 같다고, 조금 더 든든하고 양질의 도시락을 준비해보고 싶다며 행사 전에 시식한다고 점심시간에 그 도시락을 사 들고 왔다니까 콧방귀를 뀌며, 뭘 그렇게까지...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좀 놀랐었던 일이 있다. 


나는 그저 세심하게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혹은 조금 더 완벽하게 일하고 싶은 준비, 계획이라고 생각했는데. 

비슷한 성향이라 더 잘 이해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것을 보고 좀 놀라기는 했지만, 그것이 또한 그의 성격이려니... 생각하고 말다가.

문득.


어쩌면.

나는 타인의 행동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비하하는 시선이 아니라, 굳이 해되는 일이 아니라면 잘한다,라는 칭찬을 하고 싶어하는데 모두가 다 나와 같은 마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어서 더 마음에 남아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신중한 사람에게 결단이 없는 무력한 사람이라고 하거나, 세심한 배려가 있는 사람에게 소심하고 겁쟁이라고 하거나...


나는 내가 많은 부분에서 못되고 신경질적이고 성격이 참 지랄맞다라고 생각하는데.

또 어쩌면.

그렇지 않은 다른 좋은 부분들이 많은것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도 하면서 스스로에게 쓰담쓰담을 주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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