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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세 기사의 세계 - 은백의 장갑병들 ㅣ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크리스토퍼 그레이벳 지음, 김진희 옮김, 그레이엄 터너 채색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11월
평점 :
'영국 중세 기사의 세계'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기사도 정신에 대한 유래라거나 기사에 대한 정의, 기사들의 일상과 교육, 규율과 훈련 등 기사들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것이었다. 약간 포인트가 다르기는 하지만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은백의 장갑병들'이라는 부제가 좀 더 명확하게 이 책에 대한 설명을 잘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든다.
단순하게 본다면 '기사'라는 것 자체가 기병을 말하는 것이며 계급으로 귀족이라 할 수 있지만 굳이 세분해보자면 결코 상류층은 아닐 것이다. 십자군 전쟁 이후 기사단의 명예는 끝없이 추락되었으며 아이반호의 낭만도 원탁의 기사들의 모험도 제대로 된 기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님을 알게 되었지만 그래도 '기사'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로울 것 같았다.
이 책은 그보다는 오히려 기사들의 실제 모습을 그려주고 있다. 사실 중세 시대의 기사 모습을 떠올리면 온 몸을 갑옷으로 두르고 말을 타고 전쟁터를 누비거나 보병전투를 하며 칼과 투창을 쓰는 모습이 그려진다. 책을 읽기 전에는 갑옷을 입고 제대로 움직이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그 전체 무게가 35킬로그램 정도 되지만 현시대의 군인들이 군장을 매고 행군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또 생각이 달라진다. 건장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온 몸에 전체적으로 무게가 분산되어 있는 갑옷을 입고 뛰는 것이 더 편할 것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세세한 설명을 읽다보면 전투할 때 창과 칼, 활만 쓰는 것이 아니라 간혹 해머같은 무기를 든 기사들도 보이는데 칼끝이 갑옷에 비껴가며 치명상을 주지 못할 때 망치로 후려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좀 웃겼던 것은 온 몸을 감싸고 투구까지 쓰면 한겨울에는 너무 차겁고 한여름에는 너무 뜨거워 때로 전투중에 아무런 공격을 받지 않았는데도 질식사하는 기사도 있었다고 하는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속에서 기사의 종자들이 주인곁을 지키고 있다가 부상을 당하면 전장에서 주인을 끄집어 내는데 힘을 쓴다거나 이유없이 기절하는 기사들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려내곤 하는데 그것이 그저 유쾌한 상상이 아니라 실제였을 것이라 생각하니 중세 기사의 세계가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기사도에 대한 이야기도 언급되어 있다. "랜슬롯의 개인적인 감정이 기사로서의 파멸을 의미한다"(132)는 것이나 방탕한 생활 역시 기사 자격을 박탈당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던 기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국의 역사 속 전투와 점차 정치적으로 변화되면서 일대일 마상시합이 생기게 되는 것에 이르기까지의 배경에 대한 설명, 그런 변화에 따른 투구의 변화 같은 이야기도 언급하고 있어서 어쩌면 실질적으로 영국 중세기사의 변천사도 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진다.
굳이 그들에 대해 알 필요가 없다면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이 책을 통해 영국 중세시대를 조금 더 이해하게되고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문학이나 영화를 보게 된다면 세세한 부분들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해 보면 이 책은 충분히 읽을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