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이 품고있는 오래된 수수께끼에 관심을 가질 때 사람은 비로소 그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걸지도 몰랐다. 269




˝먼 여행을 떠나기 전에 우리는 먼저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해. 그래야 여행이 끝났을 때 허무하지 않거든. 305

나는 그동안 엄마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가족의 틀 안에서만 그녀를 바라봤으면서, 그녀의 모든 것을 다 이해했다고 착각했다. 나는 나만 알았다. 말로는 엄마를 위해 살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결국 그 속에진짜 엄마는 없었다. 내 마음이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수수께끼인 줄 알았다. 나의 마음을 갈라보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진이 다 빠졌으니. 타인이 품고 있는 오래된 수수께끼에 관심을 가질 때 사람은 비로소 그다음 단계로 성장하는 걸지도 몰랐다. - P269

"먼 여행을 떠나기 전에 우리는 먼저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해. 그래야 여행이 끝났을 때 허무하지 않거든.
우리는 살다 보면 너무 쉽게 자신이 가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착각하곤 해. 추억, 친구, 여유, 반짝반짝 빛났던 학창 시절⋯⋯⋯⋯ 가진 걸 다 잃었거나 혹은 가져본 적도 없다고 말이야. 마치 세상에 나왔을 때부터 지금의 모양이었던 것처럼 굴어. 해가 갈수록 까먹는 거야, 작년의 나, 십 년 전의 나,
이십 년 전의 나를. 그럴 때 뭘 해야 하는지 아니?"
나는 고개를 도리질했다.
"미리도 꼭 너처럼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다고 하더라."
내가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며 답했다. "모녀가 그것까지닮았나 봐요."
"그럴 땐 말이지, 고향에 가는 거야. 미리한테 어디 멀리가기 전에 어머니 집 뒤에 있는 밭에 가서 흙냄새를 좀 맡아보라고 했어. 아무리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고 해도 고향에는변하지 않는 것들이 남아 있기 마련이거든. 우리가 죽어도그 자리를 영영 지킬 바다도 있고, 아주 오랜만에 연락을 해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동네 친구 한두 명도 남아 있지.
외모와 이름마저 바뀐 걔를 여전히 미리라고 불러줄 사람들이 말이야. 고향은 그런 곳이야. 내가 원래 가지고 있는 것을알려주는 장소인 거지. 나에게 언제든 돌아갈 장소가 있다는것을 모르고 떠나면 그건 방황에 그칠 수 있지만, 알고 떠난다면 그건 진짜 여행이 되거든." - P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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