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15, 총 98999 방문

순간 99999 인줄 알고 후다닥 캡쳐 했는데;;;;;

 

오늘, 잠시 '관계'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생각의 시작은 우편물.

내게 오는 우편물이야 인터넷으로 주문한 책들과 간혹 리뷰어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는 출판사 택배정도. 그런데 항상 같은 주소를 쓰는데 최근 바뀐 담당 우체부 아저씨가 내게 와야 할 책 박스 하나를 사서함으로 집어넣어 버렸다.
문제는 만약 우편물 찾으러 간 직원이 그 우편물을 들고 왔다면, 또 내게 승질부리며 뭐라 했겠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무려 이틀동안이나 배달되지 않고 우체국에 보관되어 있었다는 것.

내일이 토욜이라 퇴근시간까지 도착해야 할 우편물이 계속 '배송중'으로만 떠서 우체국으로 전화를 했다. 근데 이넘의 우체국 직원이 또 말썽인게다. 내가 등기번호를 불러줬으면 담당 직원에게 다시 그 등기번호를 불러서 우편물 상황처리를 하게 해야 하는데, 아무 생각없이 담당 직원에게 내 전화번호만 알려주고 그냥 전화하라,는 말만 했다는 거다. 우쒸. 그 여자, 이름 알았으면 확 게시판에 항의해버렸을지도 모른다. - 사실 아까는 정말 화가났었으니까.
거기다가 전화를 하신 울 사무실 동네 담당인 우체부 아저씨, '전화해보라고만 해서 전화했어요'를 되풀이하신다. 제가 아까 등기번호 불러줬거든요? 지금 또 등기번호를 불러드릴 상황이 아닌데 저보고 물어보시면 어쩌라구요!
어쨌거나 다시 확인해본다고 하고 끊은지 십여분 후, 다시 전화가 왔다.
어머나, 세상에. 우편물이 배달되었고 수취인이 울 직원이라네?
아, 진짜... 우편물이 배달 안되었다고 민원이 들어가면 등기번호를 확인해야 하시는거 아니냐구요~ - 그분이 주장하는 울 직원이 수취했다는 우편물은 어제 이미 받았단 말이지. 아, 진짜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등기번호로 확인하셔야지요. 등기번호요! 하고는 사무실로 돌아가 컴으로 등기번호를 확인하고 불러줬더니 사.서.함.에 보관되어 있단다. 뭔소리냐.. 사서함 주소도 안썼는데 사서함으로 넣으면 어떻게 하냐고.. 그때부터는 완전히 심문취조하듯이 말투가 날카로워지기 시작해버렸다.
배송지 주소까지 확인하고 내가 사서함 번호도 안썼는데 우체국에서 임의로 사서함으로 우편물을 배달할 수는 없다고 하면서 왜 그러셨냐는 말에 당황하신 그분은 난감한 목소리로 현재 사서함 담당 직원들도 다 퇴근해서...라는 말을 꺼내길래 됐어요! 했더니 내일 배달해주신다고 한다. - 그래요, 당연히 배달해주셔야 하고,,, 무지 화가나는 그 와중에도 '근데 토요일은 배달업무 안하시쟎아요!' 라는 말을 해야했다. 으흑~ 월욜 받야야지 별수있어? 하고 있는데 토요일도 배달업무 하신댄다.
에혀~ 그러면 오전중으로 배달해주시라는 말을 남기고 통화를 끝냈다.

아니, 사실.. 우편배달업무가 무지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기때문에 내가 급히 받아야 하는 우편물이 아닌 이상, 받아야 하는 기간이 사나흘지나지 않은 이상 우편물 늦는다고 재촉하거나 그래본적은 없다. 뭔가 실수로 하루 이틀 더 늦어진다는 것에 기분은 나빠하겠지만 그리 성질낼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난 오늘 전화통화를 하다가 마구 화가 났다. 그 화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 봤더니 '관계'더라.
우편물을 담당하는 울 사무실 직원과의.
그녀석이 전번에 그 무겁지도 않은, 부피가 엄청나게 크지도 않은 우편물 하나 갖고 오면서 자.기.가.직.접.들.고.와.야.하.는.우편물이 되니까 주소 잘 적으라는 듯이 툴툴대며 갔기 때문이었고, 이틀동안이나 사서함에 보관되어 있는 우편물을 찾아오지도 않은 이유가 '고의'였는지에 대한 생각이 미치자 더 화가났고 - 어제는 그 잘나신 담당직원녀석이 이유없이 지각을 했기때문에 다른 분이 사서함에 다녀왔다고 하니 '오늘'만 확인하면 되는데 그놈하고 얘기해봐야 더 나아질 것이 없어서 그냥 퇴근했다.
만약 예전의 그런 일이 없었다면, 내가 괜히 우체부 아저씨한테 왜 주소에 쓰지도 않은 사서함에 우편물을 집어넣느냐고 버럭대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분들에 대한 배려는 하나도 없이 '배달해주세요!'라고 소리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 사실 사무실 직원과의 관계가 좋았다면 우체부 아저씨보고 담부터는 주소지로 배달해주시라고 얘기하고 이번은 직원에게 부탁해서 갖다달라고 했을지 모른다. 나중에 간식거리라도 사 주면서 고맙다는 한마디로 다 좋게 끝났겠지. 아니, 그것조차 미안했으면 사서함 열쇠를 달라고 해서 내가 직접 찾으러 간다고 했을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말 한마디조차 건네기 싫어서 나는 괜히 우체부 아저씨에게 마구 성질을 부린것이 되어버린것이다.

좋은 관계는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려 하고 배려할 수 있게 된다. 나쁜관계는? 그 반대겠지.

세상은 참 단순한 구조로 흘러가는데... 왜 우리는 이 단순함속에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기 힘든것인가.

 

** 나는 내가 참말로 감정적인 유형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확실히 깨달았다. 울 사무실의 남자직원 두명과 비교를 하면 나는 아무리 찔러도 눈물 한방울 안 나올만큼 날카로운 이성으로 중무장한 사람이라는 걸.
공적인 업무 자체를 감정적으로만 처리하려는 사람들과 같이 일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더구나 그런 자가 상급자 위치에서 맘내키는대로 하고 있다는 것이 나를 미치게 하고 있다는 것 역시 깨달았다.

적어도 일주일에 두번은 미사참례를 하고 주먹으로 가슴을 치면서 '내탓이오'를 외쳐대는데 그건 가식일뿐이다. 실상 나는 입으로 독기를 내뿜으면서 '니 못난 탓이다'라고 하는 것으로 미쳐가는 내 정신을 잡고 마음을 풀고 있다.
니 못난 탓이고, 나의 더 못난 탓으로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것이다.

아니, 어쩌다 이런 얘기가?
근래 왕창 사들인 음반을 하나하나 들어보고 있는 중이었는데... 요즘 내 모든 걸 잊고 노래에 빠져들게 해 주는 (오! 그러고보니 내겐 최고의 노래가 되는거 아니던가!) 바비킴의 음반을 들어야겠다. 금요일이 지나가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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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7-10-26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바탕에 흰글씨를 보다가 하얀화면에 검은 글씨를 보니 눈이 더 아픈거 같다! 이건 당췌

하이드 2007-10-26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녜요아녜요 검은 바탕에 흰글씨가 눈 왕창 아퍼요. ㅎㅎ
무튼, 또 누가 주소를 잘못 적었군요! 것 좀 그냥 해실해실 웃으면서 가져다주면 어디 덧나나! 나쁜 직원 같으니라구

chika 2007-10-27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혀~ 그러게나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