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옛날에 전쟁터였던 곳을 지나간 적이 있었는데." 히로코는 내가 아니라 아이에게 말하고 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나는 이미 아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전사한 무사들한테 조의를 표하러 갔었거든? 그런데거기 있는 빈터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 해골을 본거야. 죽을 때 입고 있던 갑옷을 그대로 입고 있더라고.
그리고 내가 뭘 봤는지 알아, 유미? 그 해골 입에서 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 있었어. 어린 벚나무였어. 신기하지 않니? 우린 이 생을 살다가 또 다른 무언가가 되는 거야. 네생각도 그렇지 않니? 너는 이 생을 살았지만, 내일이면금방 또 다른 누군가가 돼서 또 다른 누군가와 살게 될 거잖아. 그런 변화를 두려워해선 안 되는 거야. 그걸 받아들이고 더 강해져야 돼. 지금 이 남자의 혼이 그늘 밑에서,
새로 피어난 이 색색깔의 꽃잎들 아래서, 비와 눈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가지들 아래서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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