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겠다는 것도 욕심이고, 틀리지 않아야겠다는 것도 욕심이지요. 욕심은 늘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지 않아요. 욕심을 버린다는 건 아름다운 거예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드러나면서자유로워지거든요." - P25
"누구든 사랑받고 존중받을 때 본모습이 드러납니다. 사랑받지 못하면 본모습이 보이지 않아요. 본모습이 드러난다는 건타인과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었다는 증거이지요." - P29
그런가 하면 1979년 사제로 서품 받은 날, 이해할 수 없는 강렬한 체험에 대해 고백했지요. "죽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고 했는데요, 40여 년 전의 그 체험을 지금에 와서는 어떻게받아들이는지요.
"제가 성직자부 장관 업무를 시작하고 며칠 후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뵈었을 때입니다. ‘교황님,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교황님께 온 마음을 다해 협력하고 교황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또한 작은 바람이 있다면 교황님께 위로와 기쁨까지드리는 삶을 소망합니다‘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교황님은 ‘주교님은 이미 나에게 기쁨을 주고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조금 더 직접적인 질문을 드렸습니다. ‘저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라고요. 교황님은 지체하지 않고 ‘십자가(La Croce, 라 크로체)‘라고 답하셨습니다. 순간 40여년 전의 그 기분이 되살아나더군요. ‘죽을 것 같은 기분‘이기분으로 그치지 않고 죽을 각오로 나아가야 한다고 새롭게 의식하게 됐어요. 그리스도교는 죽음과 부활의 종교입니다. 살기 위해, 부활하기 위해 먼저 죽어야 합니다. 죽는 길만이 사는 길이에요. 다른 길은 없습니다. 사제의 삶이란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그분처럼 목숨을 내놓는 삶임을 깨달았습니다. 사제에게는 매일 자신을 버리고 짊어져야 할 십자가가 있습니다. 십자가 없이는 올바른 신앙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 P69
패럴(Farrell) 추기경님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하늘아버지의 집으로 가셨습니다"라는 선종 소식을 알리셨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며 저는 슬픔과 고통, 외로움보다는 고요한 평화를 봅니다. 그분은 슬퍼하기보다 우리가 평화롭길 바라셨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멋있게 아름다운 삶을 살다 가신 교황님에 대한 큰 부러움도 있었습니다. 2025년 4월 20일 예수님 부활 대축일 미사 후 발코니에서 전 세계인에게 교황님이 마지막으로 전한 메시지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사랑이 증오를 이겼습니다. 빛이 어둠을 이겼습니다. 진실이 거짓을 이겼습니다. 용서가 복수를 이겼습니다. 악은 우리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고, 끝까지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더 이상 우리를 지배하지 못하고, 부활의 은혜를 환영하고맞아들이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권세를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하느님께 희망을 두는 사람들은 그들의 연약한 손을 그분의 크고 강한 손에 위탁하여,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희망의 순례자가 되고, 사랑의 승리를 증명하는 증인이 됩니다. - P103
화해와 평화가 있는 곳에 하느님의 선이 있다고 믿으셨던교황님의 다음 말씀이 오래 우리 안에 살아있길 함께 기도합시다. "선을 행하는 일에 지치지 말아 주십시오." 희망을 잃지 않고 선을 행하는 여러분의 부활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영원히 우리 곁에 계실 것입니다. 2025년 4월 22일, 바티칸에서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 드림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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