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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 - 낯선 도시를 사랑하게 만든 낯선 사람들
김은지 지음 / 이름서재 / 2025년 1월
평점 :
여행기는 다 비슷하지만 또 다 다르다. 같은 곳을 여행해도 각자의 취향에 따라 사진을 찍기 때문에 함께 여행을 간 사람들과 여행사진을 보는 재미도 있다. 그래서 늘 다른 사람의 여행이야기는 어떨까 궁금해하곤 한다. 사진뿐 아니라 여행지에서의 체험과 낯선이들과의 만남은 개개인마다 다를 수밖에 없어서 여행에세이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이 책은 편집자가 쓴 여행에세이이다. 책만드는 사람이 자신의 책을 낸다면 왠지 그 생김새도 뭔가 특별할 것 같은 느낌인데 솔직히 말해 이 책의 첫인상은 그리 좋지는 않았다. 핸디북형태의 책 크기와 사진들은 마음에 들었지만 책펼침이 그리 좋지않아 사진을 보려면 책을 잘 잡고 펼쳐야해서 좀 불편했다. 물론 글을 읽고 사진을 보고 있으려니 금세 익숙해져 큰 불편함은 없었다.
12년전의 여행, '사랑이란' 무엇인지 묻는 프로젝트 여행 이야기가 주제인 줄 알았는데 그 모든 것이 담겨있기도 하지만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 좋았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것도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이의 질문에서 떠올리게 된 것이지만 굳이 그 주제에만 집착하지 않아서 또 좋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체코에서 '체스키'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체스키크롬로프를 찾아가려다 엉뚱한 곳에 도착해 하루의 여행을 망치는가 싶었는데 엉뚱한 그곳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그곳에서 만난 에바가 사랑에 대한 물음에 대해 써준 체코어 글이 무엇일까 돌아가는 시간내내 궁금해했는데, 뜻밖에도 그 말은 저자와의 만남에 대한 인사 '흑탑의 아가씨에게 아름다운 인사를 보냅니다'라는 뜻이었다는 글을 읽으며 괜히 미소가 지어진다.
미술관에 들어가야하는데 입장료가 모자라 입구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저자에게 흔쾌히 모자란 현금을 내어 준 미술관 경비원 프레디의 모습에도 역시 미소가 지어지고.
저자가 길을 헤매다 잠시 쉬고 있을 때, 지친 여행자를 위해 자신의 일처럼 숙소를 찾아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할아버지 이야기는 오래 전 낯선 곳에서 길을 헤매고 있을 때 직접 숙소 문 앞까지 가서 초인종을 눌러주던 친절한 아저씨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사진만 가득한 여행에세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한번 책을 뒤적거리다보니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무심결에 사진을 찍으려다 눈이 마주치면 싱긋 눈짓을 하고 웃음을 지어주는 사람들을 보며 언제든 웃을 준비를 하는 웃음 버튼은 여행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필요한 버튼이 아닐까 싶다. 하긴 여행이 삶이고 삶이 또 여행이니.
'낯선 사람'은 낯섦이 어색한 것이 아니라 조금씩 스며들어가는 느낌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기차에서 만난 여행자를 기숙사 집으로 초대해 집밥을 해 주는 친구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마저 사랑스러운, 그런 이야기들이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