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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지브리 이야기
스즈키 도시오 지음, 오정화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25년 1월
평점 :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지브리 스튜디오를 모르지는 않을 것 같지만 지브리 스튜디오의 역사가 40년이나 되었다는 걸 생각하니 새삼스럽게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다. 일본의 대중문화 개방이 본격화되기 전에 해적판으로 지브리 애니를 본 기억이 있는 나로서는 '스튜디오 지브리 이야기'에 담겨있는 내용들이 예전의 시간들을 이해하게 되기도 했고, 디즈니에서 지브리 애니의 배급권을 갖게 되는 과정을 읽으며 조카들이 영어버전 토토로를 비디오로 볼 수 있었던 것도 이해가 된다.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떠오르는 이야기들을 먼저 툭 던져넣고 있는데 사실 이 책은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본 사람들이 지브리 스튜디오의 역사와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에 대한 설명을 통해 지브리를 조금 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닐까 싶다.
일본에서 출판된 판본에 한국어번역본을 위해 추가 집필까지 했다고 하는데, 개봉 당시 논란이 있었던 '바람이 분다'의 경우 논란의 핵심을 피해가고 있기는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비롯한 지브리 제작자들의 고민이 담겨있는 제작과정을 읽으니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았다면 그냥 흘려읽게 될 부분이 많은 것 같아서 이 책은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보고 난 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시작이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라는 것 역시 책을 통해 알았는데, 제작 순서에 맞게 애니메이션을 본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 뜻밖의 사실에 놀라기도 했지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개봉 당시 사람들이 너무 많아 개봉 첫 날 영화관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온 기억도 있고, 하울의 성을 개봉 첫 날 보려고 휴가를 낸 기억도 있는데 벌써 이십년 전 이야기라니...
여러 번 봤던 애니메이션들이 많아서 대부분의 이야기는 재미있게 술술 읽혔지만 확실히 보지 못한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야기는 제작일지를 보는 느낌이어서 솔직히 대충 읽어보게 된다.
귀를 기울이면도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인데 이 책의 책임편집자인 스즈키 도시오 프로듀서의 딸이 가사를 썼다는 것과 그 가사에 얽힌 곤도 감독과 미야자키 감독의 언쟁고 그 이유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소년과 소녀의 연애이야기가 단지 좋아함이라는 감정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이 어떻게 삶의 모습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에 대한 섬세함도 담겨있어서 좋아하는데 실제로 그 나이 또래의 여학생이 주제가의 가사를 썼다는 이야기에도 괜히 미소짓게 된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이 책을 뒤적거리며 제작과정을 알고, 애니메이션으로 완성되어 나오기까지의 에피소드들을 알게 되면 또 다른 느낌으로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고나니 오랫만에 지브리 애니메이션과 OST 음악을 들어보고 싶어지는데 책을 읽게 되면 다들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